7화 은솔은 거래처 제약회사 영업부장과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그런 거라면 반드시 오늘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딸 친구와 저녁은 다르다. 이 아이와 ‘오늘’은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은솔은 페달은 더 세게 밟았다. 그리고 몇 년 동안은 한 번도 틀어보지 않았던 CD를 넣었다. 조르주와 피아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막 의과에 입학했을 때 선배가 사줬던 그 음반은 사라졌다. 똑같은 모음집을 다시 사두었지만, 거의 듣지는 않았다. 음악은 세리와 키스의 느낌을 떠올렸다. ‘시간은 흘러 흘러가고, 아주 오래 머물러 주질 않네. 하지만 난 여전히 살아 있고, 하지만 난 여전히 사랑하고. 노래까지 한다네.’ 은솔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저녁 강으로 향했다. 저녁 강이 흘러간다.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처럼. 저 강은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했는데. 기껏 호수 같았는데. 실은 모래알처럼 시간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니. 교각 한가운데 인도 벤치에 그 아이가 보인다. 손바닥만 한 문고판 책을 보며 앉아 있다. 차를 멈추고 문을 열었다. 그 아이가 들어왔다. “무슨 책이야?” “환경 파괴에 따른 돌고래의 습성 변화에 관한 최근 보고서예요.” “그 표지 보니까, 교양이나 입문서도 아닌, 원서구나.” “제 책장은 모조리 돌고래 책뿐인걸요. 읽고 싶은데 번역되지 않는 책이 너무 많아서요. 아쿠아리움에 들렀다 가요. 어린 점박이돌고래가 들어왔대요.” 두 사람 머리 위로 헤엄쳐 다니는 수족관 터널을 지났다. 이런 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비현실적인 공간이 있다니. 세리의 취향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