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초음파 검사 의뢰서를 쓰다가 은솔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한 시 사십 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거 들고 초음파 검사실에 가봐. 계단으로 바로 위층 올라가서, 나오는 복도 오른쪽이야.” “네.” 딸 친구가 떠나고 방 안에는 상쾌한 장미 향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 향은 아쉽게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다음 손님 대기 시간이 십 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치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 “또야? 아이 씨, 배고파 죽겠는데.” 서 양은 책상 위에 벗어 던졌던 마스크를 다시 썼다. 시계를 봤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서, 식당들 저녁 준비 시간이라며 점심 손님도 안 받겠다. 똑똑. “들어오세요.” 서 양이 대답했다. 내과과장 은솔이 들어왔다. “조세리 환자 아직 검사 안 했죠?” “네, 과장님. 지금 막 준비 중인데요.” “서 선생님 아직 점심 안 드셨죠?” “네에...” “어서 가서 드시고 오세요. 조세리 환자는 제가 직접 할게요. 병인이 안 잡혀서 여러 번 스캔해 봐야 할 것 같거든요. 제 딸 절친이기도 하고요.” “정말요? 점심 먹을 참도 없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일정에서 직원보다는 환자들이 우선이고, 워커홀릭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과장이 오늘은 웬일이래? 더구나 원칙주의자인데, 의사가 초음파 검사라니.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도 읊는다는데, 뭐, 의사라고 초음파 검사를 못 할 것도 없지만. “천천히 드시고 오세요.” “넵.” 서 양은 부리나케 지갑을 챙겨 들고 나갔다. 과장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니까. 은솔은 장막으로 가려진 초음파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