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음대생은 나의 눈을 강아지 보듯 외면하듯 부리부리 훤칠 남의 팔짱을 낀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빠져나간다. 그들은 차 두 대에 나눠 탄다. 앞에는 잿빛 고급 대형 세단. 뒤에는 스포츠카? 아니다, 조금 점잖은 스포츠 세단 같은 것이다. 흰색 포르쉐 파나메라라고 하던가? 앞의 고급 대형 세단도 벤츠나 BMW 같은 졸부 이미지가 아닌 중후한 국산 고급차이네. 요즘 진짜 부자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타인에게 불편함이나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오히려 저런 국산 차를 탄다는데. 진짜 부자들인가? 아무튼 척 봐도 무척 비싸 보이는 차들이다. 앞의 대형 세단 운전석에는 스포츠머리처럼 짧고 군데군데 흰 머리가 난 중년남자가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대기하고 있다. 기사는 아닌 것 같은데. 저 백발 스포츠머리 남자는 기사도 두지 않고 직접 운전까지 하는 걸 보면, 겸손한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사회 인사들 가운데 하나인가 보다. 그 대형 세단에는 사모님과 오빠 모드 남, 첼로 여학생이 오른다. 첼로 여학생의 친구들은 뒤의 스포츠 세단에 오른다. 부리부리 훤칠남이 앞의 중후 스포츠머리 남에게 다가와 예의 바르게 말한다. “아버님 먼저 가시지요. 저희는 뒤따라가겠습니다.” “알았네.” 예비 사위와 예비 장인 모드이다. 차들이 출발한다. 모퉁이를 돌 때쯤 외로워 보이는 시선 하나가 백미러에 잡힌다. 백미러에 뜬 눈빛이 나와 살짝 마주친 것 같다. 어머니와 뒷좌석에 탄, 아까 그 첼로 여학생의 공허한 눈빛이다. ‘연지와 외모가 너무 닮아 있지만 너무 달라. 저 애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