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역시 마지막에 보낸 문자는 확인했지만, 그 문자에 대한 별다른 답은 와 있지 않았다. 우리 관계의 주도권이 아직 연지에게 있다. 만난 지 며칠이 되었지만, 걔가 갑이고 나는 여전히 을이다. 연애에 있어서 내가 을이었다가 갑이 되는 것은 언제나 하룻밤이면 충분했는데. * 교내 군사교육을 마치고 학군단 동기와 함께 착착 교내를 걷고 있다. 일반학우들이 공공칠 가방이라고 부르는 박스를 왼손에 들고서. 일반학우들이 뭐가 들어 있나 무척 궁금해 하는데, 제발! 총은 들어 있지 않다. 독문학 전공 수업을 들으려 인문대 건물로 선배와 함께 향하고 있다. 선배도 함께 듣는 수업이다. 인문대 건물이 좀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오른쪽 비탈길로 막 꺾어 올라가려는 찰나이다. 똑, 똑, 똑. 퉁. “아악.” 내가 든 박스가 뭔가에 부딪히며 퉁 소리가 난다. 이어 내 몸 아래를 부딪고 쓰러지는 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이다. 연주회용 하이힐을 신은 잘빠진 새하얀 다리를 만지다, 여학생은 자신이 부딪은 나나 자신보다는 꼭 매고 있던 악기 가방부터 살핀다. 악기 가방은 다행히 옆구리가 잠깐 내 무릎에 부딪혔을 뿐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커다란 게 콘트라베이스보다는 작고, 비올라보다는 크다. 첼로인가? 죄송하다는 말 한 말씀은 해야지 않나? “아아.” 그런데 여자는 어깨가 없는 연주용 드레스 아래 하얀 무릎이 까져 있다. 악보들은 사방에 흩어져 있다. 읽을 줄 모르는 악보들, 내겐 그저 바닥에 콩나물을 쏟은 것 같다. “괜찮습니까?” 나는 무릎을 구부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