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유리는 라비에르 섬의 중심가로 향한다. 좁은 거리에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비에르는 바람이 많이 부는 섬이다. 해변 근처 큰 바위들이 형성되어 있고 그 위로 작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좀 있는 길이었다. 바람에 깎여나간 바위 틈 사이로 작은 상점이 있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관광하러 온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유리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풍경들을 바라본다. 색소폰을 부른 백발의 할아버지는 색소폰 케이스를 앞에 펼쳐놓은 채 미소를 띠며 연주를 했다. 유리는 빈 케이스에 동전을 던진다. 좁은 길에서 내려오던 어떤 남자가 큰 가방으로 유리를 치고 지나간다. “악!!!” 유리는 남자의 가방을 맞고 균형을 잃는다. 유리는 양 손을 파닥거리며 움직인다. 넘어지지 않으려 발악 해보지만 뒤로 쏠린 무게중심에 온 몸이 뒤로 넘어갔다. 유리는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괜찮아요?” 뒤에서 걸어오던 행인이 넘어질 뻔한 유리의 허리를 잡아준다. 단단한 몸이 유리의 등허리를 받쳐준다. 어디서 들어봤던 목소리였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유리는 행인에게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추켜올린다. 유리보다 한 뼘 이상 큰 행인이었다. 높은 콧대와 턱 선이 유리의 눈에 띄었다. 행인이 고개를 숙이자 유리는 어? 하며 소년을 바라봤다. 저번에 해변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검은색 서핑 슈트가 아닌 체크남방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을 만났다. 분홍빛 머리의 소년. 엘렌. 유리의 마음속에 작은 별이 반짝 빛이 난다. 백발의 할아버지의 연주 소리, 소년의 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