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어디, 나가볼까?” 쨍한 햇볕이 머리 위로 내리쬐었다. 챙이 넓은 모자에 얇은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유리가 조심스럽게 해변에 들어온다. 그늘 한 점도 없는 모래사장은 뜨거웠다. “아, 뜨거워!” 유리의 혈관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피부가 햇빛에 반짝인다. 유리는 가방에서 얇은 스카프 하나를 꺼내 해변 위에 깔아놓는다. 연분홍빛 스카프는 살며시 부는 바람에 힘없이 날린다. 유리는 바람에 날아가려는 스카프를 손으로 잡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녀는 슬쩍 뒤를 돌아 높게 솟아오른 호텔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아빠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등줄기에 소름이 끼쳐 몸을 떨면서 다시 바다를 본다. ‘여기까지 놀러 와서 괜히 아빠 생각하지 말자.’ 힘 있게 쪼개지는 파도, 유리가 있는 자리까지 하얀 거품이 밀려들어올 것 같았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함께 그 파도를 자유로이 타는 사람들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핀 하얀 거품, 푸른 하늘과 경계가 희미한 바다. 그 속에 어울리지 않는 분홍머리를 한 소년이 서핑보드를 타고 있었다. 사람 하나는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짐승 같은 파도가 소년을 향해 다가왔다. 소년은 유연하게 몸을 꺾더니 파도의 안쪽을 부드럽게 타고 내려온다. 파도는 소년의 머리 위로 솟아나 있다. 검은색의 슈트복을 입고 있는 소년은 부드럽고도 강하게 미끄러지며 얕은 물까지 넘어왔다. 소년의 분홍빛 머리는 광대뼈를 살짝 가리며 바람에 가볍게 흩날렸다. 하얀색 숏 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걸어오는 소년을 유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소년의 등 뒤로는 따가운 햇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