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산산조각 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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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샤오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길을 소병의 얼굴에서부터 소병 손에 든 유골함으로 돌렸다. 그녀는 얼굴색이 창백해지더니 몇 번이나 입을 벌려서야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 당신 도대체 누구야... 다 거짓말이야..." 어린 나이에 이런 타격을 받아야 한다니... 소병은 갑자기 자기 자신이 미워졌다. 이럴 때 오는 게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가족한테 이런 소식을 알리는 게 아닌데. 다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소병은 소샤오를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닷새 전에 너희 언니는 아프리카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행하게도... 임종 전에 너희 언니는 나보고 유골함을 가족들에게 전해달라면서 집 주소를 알려주었단다." 소샤오는 목에 뭔가 걸린 듯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물만 흘렸다.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분노에 찬 어미 사자처럼 소병을 밀치면서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목소리로 가슴이 찢어질 듯 소리 질렀다. "거짓말!" "다 거짓말이에요!!" "절대 안 믿는다고요!!!" 소샤오는 또 한 번 힘주어 소병을 밀쳤다. 소병은 소샤오가 다칠까 봐 저항하지도 못한 채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소병의 몸이 벽에 닿아 더는 물러설 곳이 없게 되자 그제야 멈추었다. "이 사기꾼! 언니가 어떻게 죽어요!" 소샤오는 엉엉 울었다. 소병도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편지 한 통을 꺼냈다. 그건 소패아가 임종 전에 쓴 편지였다. 소샤오가 냉큼 편지를 빼앗아 보더니 쓰러지듯 소병의 품에 안겼다. 소패아는 편지에 가족들을 향한 사과의 말과 소샤오에게 부모님을 맡긴다는 말을 남겼다. 소패아와 헤어진 지 오래됐지만 소샤오는 여전히 언니의 글씨체를 대뜸 알아볼 수 있었다. 소병은 소샤오를 꽉 안고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떨리는 몸을 느꼈다. 소병은 그녀의 산산조각 나버릴 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코끝이 찡해진 소병은 흔들림 없는 말투로 또박또박 말했다. "샤오샤오, 날 믿어줘. 너희 언니는 이젠 없지만 내가 너희 가족을 잘 보살필게. 날 믿어줘!"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소병의 품에 안겨 울던 소샤오는 소병을 밀어내고 비틀거리며 거실로 향했다. 소병은 한숨을 내쉬며 소샤오를 따라갔다. 전화 저편에서 한 중년 여자의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오샤오, 얼른 여기로 와. 누가 우리 가게를 때려 부쉈어. 지금 너희 엄마는 심장병이 도져서 몹시 힘들어하셔..." 그 소리를 들은 소샤오는 거의 멘붕 상태가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집안 형편이 좋아지자 소 아주머니는 분식점을 열었는데 장사가 잘되어 대학가 부근으로 가게를 옮겼다. 소샤오의 아버지가 차 사고로 돌아가자 소샤오는 어머니의 심장병이 걱정되어 집에서 쉬라고 권고했지만 소 아주머니는 권고를 듣지 않았다. 방금 전화한 사람은 분식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인데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저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소샤오가 전화받을 때 소병은 옆에서 통화 내용을 다 들었다. 소샤오가 넋을 잃고 문도 닫지 않은 채 뛰쳐나가는 모습을 본 소병은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되어 급히 따라 나갔다. 아파트 단지를 뛰쳐나간 소샤오는 택시 한 대를 잡았다. 소병이 뒤따라 차에 타려고 하자 소샤오는 냉큼 소병을 밀어냈다. 소병은 어쩔 수 없이 택시 한 대를 더 잡았다. "아저씨, 앞에 있는 택시를 따라가 주세요. 절대 놓치지 마시고요." "알았습니다. 무슨 원인 입니까? 부부 싸움이라도 했습니까?" 소병은 기분이 안 좋았던 지라 기사 아저씨를 흘겨보았다. 그러자 기사 아저씨는 몸을 흠칫 떨더니 얼른 조용히 하고 앞에 있는 차를 따라갔다. 소씨네 분식점은 대학가 부근에 있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 손님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소병이 소씨네 집에 갔을 때 소샤오는 마침 분식점에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금 분식점은 박살 났고 손님도 사라졌다. 소병이 분식점에 도착하고 보니 소샤오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엄마, 힘내세요. 엄마, 조금만 참으시면 구급차가 곧 올 거예요." 50대로 보이는 여인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평범한 옷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으며 얼굴은 쑤씨네 자매와 조금 닮았다. 창백한 기색에 기운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니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소병은 소 아주머니의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지 몰랐다. 제때 와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구급차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소병은 살인 충동을 느꼈다. 소병이 소샤오에게 말했다. "일단 어머니를 나한테 맡겨." 소샤오는 긴장한 표정으로 소병을 쳐다보았다. "설... 설마 응급 치료할 줄 알아요?" "친구한테서 응급 치료하는 걸 조금 배운 적이 있어. 아주머니가 버티기 어려워하시니까 가만있지 말고 내가 먼저 응급 치료를 해볼게." 힘겹게 숨을 쉬는 소 아주머니를 본 소샤오는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소병이 물었다. "아주머니께서 심장병이 발작하신 뒤에 약을 드셨어요?" 옆에 있는 40대 여인이 대답했다. "리 언니가 심장병이 발작하자마자 약을 먹였는데도 이래요." 소병은 고마운 눈빛으로 그 여인을 쳐다보았다. 약을 먹이지 않았더라면 소 아주머니는 아마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소병은 얼른 소샤오에게 말했다. "자세한 응급 치료 절차를 말할 테니까 내가 말한 대로 해. 일단 아주머니의 옷 단추를 풀고 앞치마를 벗겨." 소병이 알려주면 소샤오가 알려주는 대로 했다. "왼손 중지를 아주머니의 목 아래 움푹 팬 부위에 대고 손바닥을 흉곽 정중앙에 대. 오른손을 왼손 위에 놓고 두 손바닥을 맞대. 그리고 깍지 끼고 손바닥을 웅크려. 그래, 그거야... 가볍게 눌러... 그리고 살짝 떼어내... 맞아, 그렇게 하는 거야. 그 정도 힘으로 좀 더 빨리 눌러서 1분에 100번 정도 눌러..." 모두가 다급한 상황에서 소병의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말투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소샤오도 더는 손을 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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