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소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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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야, 이 모든 걸 나한테 맡기고 떠나다니. 너희 가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소병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가볍게 노크했다.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20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다. 그녀는 흰 블라우스와 청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있어 아주 청량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소패아와 조금 닮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소패아는 외향적이고 열정적이었으나 소샤오는 차분해 보였다. 소병은 그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소샤오니?" "누구세요?" 많이 지쳐 보이지만 군인 같은 모습을 한 남자를 바라보는 소녀의 커다란 눈망울 속에는 경계와 거부감이 어려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진 소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 소패아의 상사이자 친구며 전우이기도 하단다..." 소샤오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소병을 그대로 문밖에 내버려 두려는 듯 문을 닫아버리려고 했다. 소샤오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던 소병은 놀람과 동시에 문을 막아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정말 네 언니의 친구란다. 그런데 지금 뭐 하는 거니?" "당장 나가요. 저한테는 언니 따위 없다고요!!" 소샤오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 질렀다. "계속 문을 가로막았다가는 신고할 거예요!" "신고해도 말할 거다. 너희 언니는 살아있을 때 나한테 네 얘기를 많이 했단다. 너 중학교 다닐 때 어떤 남자애가 맨날 널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하니까 너희 언니가 그 남자애를 쫓아버렸던 이야기까지도. 넌 계화꽃떡을 제일 좋아하고 밀크티 마시기를 즐기는 것까지." 소샤오가 점점 힘이 약해져 가는 것을 느낀 소병은 그 틈을 타서 말했다. "너희 언니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바로 너였단다. 넌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너희 언니보다 부모님을 더 챙겨드리고 가정을 잘 돌본다고 들었어." "너희 언니가 네 얘기를 할 때마다 난 그녀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지. 네가 너희 언니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그런데 넌 어떻게 너희 언니를 모른 척할 수 있는 거지? 너희 언니가 그 말을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겠니?" 소샤오는 갑자기 문을 벌컥 열더니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소병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소병은 신발을 벗지도 못한 채 소샤오의 손에 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아주 깔끔했고 작지만 모든 게 구전했다. 침대 머리맡에는 결혼사진이 한 장 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소샤오의 부모님인 듯하였다. 맞은편의 벽에는 소샤오 아버지의 흑백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것을 본 소병은 문득 안 좋은 기분이 들었다. 소샤오는 침대를 가리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기는 저희 부모님의 방이에요. 엄마랑 아빠는 항상 이 침대에서 주무셨어요. 하지만 2개월 전부터 엄마 홀로 이 침대에서 주무시게 되셨어요. 아빠가 차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장 만나고 싶어 하셨던 사람이 언니였는데 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았죠. 그거 알아요? 아빠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셨을 거예요!!!" 소병은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과 함께 더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2개월 전, 소병은 용문의 사람들과 같이 아프리카에서 임무를 수행하였다. 규정에 따르면 임무 수행 기간, 대원들의 가족이 밝혀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원들은 절대 가족과 연락할 수 없었다. 그 이유로 소패아는 죽을 때까지도 아버지가 돌아간 사실을 몰랐다. 소샤오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젠 내가 왜 언니를 미워하는지 알겠죠? 언니는 대학 다니는 동안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떠나갔어요. 그 뒤로 5년 동안 언니는 가족과 통화를 고작 몇 번밖에 안 했고 집에 돌아온 적도 2번밖에 안 됐어요. 집에 돌아와도 기껏해야 이틀 밤을 자고는 다시 돌아갔어요. 가족과 통화할 때도 항상 전화박스에서 전화했고 휴대전화 번호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언니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언니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간 거고 부대에 선발된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걸 우리도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가족을 잊으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 부모님을 버릴 수 있나요! 아빠가 차 사고 났을 때 언니는 어디에 있었죠? 아빠가 마지막으로 언니를 보고 싶어 하셨을 때 언니는 어디에 있었죠?" "아무리 특수한 직업이어도 나라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들도 돌봐야 하지 않나요! 아빠가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시는 모습을 본 뒤로 언니를 모른 척하기로 했어요!" 소병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니를 아무리 미워해도 언니는 이젠 세상을 떠났으니 아무 소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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