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모습을 본 소병은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다.
초승달처럼 살짝 구부러져 있는 눈썹, 오똑한 작은 코, 백옥 같은 피부, 목에 걸려있는 백옥 목걸이는 은은한 달빛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또한 그녀가 웃는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살짝 분홍빛이 도는 입술, 반달같은 눈웃음, 모든게 사랑스러워 요정인지 사람인지 의심할 정도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단지형이 왜 그녀에게 행패를 부렸는지 이해됐다.
그녀의 얼굴에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찾아 볼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병을 훑어보았는데, 심지어 그 모습도 귀여웠다.
"제 이름은 엽자에요,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소병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 이름은 소병입니다, 다들 저를 병이 형님이라 불러요."라고 대답했다.
소병은 난생처음 이런 느낌을 받았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돼는데, 이유도 몰랐다.
"잘 싸우시는 것 같은데,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소병은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 좀 제압해주세요! 제가 가서 팰거니까요!"
소병은 바로 대답했다.
"네, 그럼요!"
소병이 단지형한테 다가가려는 순간 위층에서 10여 명의 부하들이 내려 왔다. 단지형 옆에 있던 부하들도 하나둘씩 소병을 둘러쌌다. 주변 사람들은 싸움에 연루될 가봐 하나둘씩 뿔뿔이 흩어져 멀리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병은 고개를 돌려 엽자를 봤다, 엽자는 소병에게 자신이 있는 듯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저를 보호할 필요 없어요, 대신 잘 좀 패주세요."
"알았어요!"
엽자가 뒤로 물러나 벽에 기대기 시작하자 소병은 마치 전신처럼 엽자 앞에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소병은 엽자가 안전거리로 물러난 후 손을 뻗어 자신의 셔츠를 담담히 벗기 시작했다. 옷단추가 하나씩 풀리면서 구릿빛의 건장한 몸을 드러냈고, 그가 옷을 벗자 1층 홀에서는 수많은 비명이 터져 나왔고, 나중에는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소병의 몸에는 황금거용 한 마리가 문신해 있었다. 이 거대한 용은 소병의 몸에 감겨 있었고, 가슴에 있는 용은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며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것만 같았다. 용의 비늘을 하나하나까지 분명하게 볼 수 있었고, 천하를 통치하는 용의 눈빛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용은 마치 소병의 몸에서 뛰쳐나와 그들을 향해 달려들 것 같았고, 사람들은 전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저 새끼 죽여버려!"
단지형도 소병의 문신에 놀랐지만, 그의 발길질에 맞은 가슴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느낀 후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러자 십여 명의 부하들은 고함을 지르며 소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첫 번째 방망이가 소병 머리를 내려칠려 할 때, 소병은 바로 손을 내밀어 방망이를 손에 잡았다. 그리고 '쾅쾅' 소리와 함께 이 10여 명이 순식간에 모두 소병에게 맞아 땅에 쓰러졌다, 모든 부하들이 방망이에 한 대씩 맞고 기절한 것이었다.
"설마, 이게 실화냐!"
비명소리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났다, 누가 불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엽자는 눈을 반짝이며 단지형을 가리키며 외쳤다.
" 꽉 잡아주세요!"
소병은 동의한 듯이 단지형을 향해 걸어갔다, 단지형은 비수를 꺼내더니 흉악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며 소병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단지형을 단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전에 손가락 하나를 잘린 후에도 심한 고통을 참으며 상대방 서너 명을 전부 제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형은 그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날렸고 그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다만 때로는 실력 차이가 용맹함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병은 그의 손목을 움켜쥐고 팔 전체를 뒤로 비틀어 버렸다, 구경꾼들은 '뚝'하고 팔이 부러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단지형의 입에서는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엽자는 다가와서 단지형을 째려보다가 단지형 두 다리 사이를 걷어찼다. 단지형은 다시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순간 소병은 사타구니가 싸늘하게 느껴졌다, 이 계집애는 너무 독하다.
"병이 오빠, 도와줘서 고마워요! 제가 술 한잔 사줄게요, 같이 가요!"
엽자는 달콤하게 웃으면서 속병에게 말했다.
이미 기절해버린 단지형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 소병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답례 주려면 실례를 무릅쓰겠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으로 길을 열어주었고, 경외에 찬 눈빛으로 소병을 바라보았다. 소병과 엽자가 떠난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소병은 엽자가 양꼬치와 맥주를 사서 택시를 타고 강변으로 와서 먹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두 사람은 강둑 위에 앉아 흐르고 있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엽자가 맥주 한 캔을 따며 "건배!"라고 외쳤다.
소병도 웃으며 맥주를 들어 부딪힌 뒤 꿀꺽꿀꺽 두 모금 마셨다.
"아까 고마웠어요, 그쪽이 아니었다면 오늘 밤 괴롭힘을 당했을 거예요."
엽자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대학가 근처에 이런 악당이 있다니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했는지 몰라요. 어쩐지 제 동창이 밤에 혼자 민항로를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소병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에 강호가 있기 마련이다. 사실 저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제가 없어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