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이게 바로 자유구나

1905
엽자는 당황했지만, 소병의 시선이 자신의 뒤로 향하는 걸 보게 되었다. 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두 남자가 마치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서성거리고 있었다. 소병이 보고 있다는 걸 느낀 그들은 바로 능청스럽게 멀리로 걸어가는 듯했으나 멀지 않은 거리에서 멈춰 섰다. "저 두 사람 네 경호원 맞지? 보아하니 네 신분이 평범하지 않은 것 같네." 엽자는 복잡한 심정으로 소병을 보더니 물었다. "오빠는 이미 알고 계신 거였어요?" "디스코에서는 발견 못 했지. 그런데 내가 손 좀 보려는 그때 저 두 사람이 급하게 우리 쪽으로 접근하더니 내가 나서는 거 보고 멈추더라고, 그래서 바로 눈치챘지, 아마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네 경호원들도 나섰을 거라는 걸 말이야 ." 엽자가 멍하니 강을 바라보다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병은 자기도 모르게 영혼 깊숙히 어떠한 충격을 세게 맞은 것만 같았다, 엽자의 한숨에 가득 담긴 끝없는 외로움과 슬픔, 소병은 눈 앞에 있는 상큼 발랄하고 가슴 깊이 외로움을 간직한 이 소녀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병이 오빠, 그거 알아요? 난 오빠가 진짜 부러워요." "남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면 무조건 행복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새장에 갇혀 자유가 없는 카라니아라는 걸 아마 상상도 못 할거예요. 어떤 학교를 갈지,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날마다 뭘 해야 하는지 등등 내 인생에 있어서의 모든 길은 다 부모님이 결정하신 거예요... 심지어 가끔 반항적으로 몰래 도망쳐 나와도 여전히 주변에 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하하."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만약 내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자유로운 삶은 얼마만큼의 돈으로도 살수 없다고 생각해요,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구속을 벗어나 하늘로 훨훨 날아다니고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엽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하늘에 있는 저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어요, 하루, 아니, 단 일초만이라도요!" 분명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마음이 흔들린 소병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정말 날고 싶어?" 엽자가 소병을 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병은 손을 내밀며 엽자의 시선과 부드럽게 마주보고 있었다. "내 손잡아, 같이 날아보자." 엽자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손이 소병의 굳은살 투성이인 손 위에 살포시 얹혀졌다, 엽자는 기대에 가득 찼으나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다만 시간이 아주 짧을 거야." "일초도 안 돼요?" 소병이 웃자 엽자도 미소를 지었다. 소병이 갑자기 엽자의 허리를 잡더니 멀지 않은 숲속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번개처럼 놀랄 만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두 발도 바닥에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엽자는 손을 뻗어 손바닥에 부딛쳐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빠르게 스쳐가는 주위를 보며 그녀의 예쁜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는데 눈물 두 방울이 눈가를 따라 흘러내렸다. 기쁨에 찬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이게 바로... 자유구나."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아가씨가 저 사람한테 잡혀가고 있어... 잡힌 게 아니라 지금 하늘을 날고 있어." "무슨 헛소리야... 헐, 진짜 날고 있네? 그럼 우리 어떡해?" "허튼 소리 말고 빨리 가서 잡아야지, 바보같이 서있지 말고!" 두 경호원은 미친 듯이 쫓고 있었지만 소병의 속도에 비하면 달팽이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소병은 방금 발의 힘을 사용해 날아 올라 양발로 공중에서 연속으로 공기를 밟고 있었다. 속도와 힘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하늘을 나는 듯한 효과가 생긴 것이다. 마치 전설 속 무당파의 경공묘기 제운종같이 말이다. 다만 이런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착륙하기 전 소병은 숲으로 들어가 두 발로 나무를 밟고 그 힘을 빌어 앞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힘이 약해진다 싶으면 또 한번 나무를 밟으며 반복하고 있었다. 엽자는 숲속 풍경이 자신의 눈앞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며 흥분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소병도 소리 지르면서 포효하기 시작했다. 마치 야수 같았지만 기분은 아주 통쾌했다. 소병은 여태껏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원망하는 그런 남자도, 무책임한 남자도 아니었다. 다만 이번 일이 소병한테는 너무 막대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소패아의 죽음에는 용문에 배신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병도 소리 지르고 나니 훨씬 기분이 상쾌해졌다, 또 이번 일은 자신의 잘못도 소패아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이 길을 선택한 이상 꿋꿋이 걸어 나가야만 하고, 어떤 결과가 따르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단 이미 전부 다 지나가 버린 일이고 앞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소패아의 가족들도 돌봐야 하고 소패아 사건의 진상도 천천히 파헤쳐야 한다. 이 숲은 매우 길었고, 숲을 지나고 나니 소병도 지쳐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착륙했다. 달빛 아래 소병은 자신의 가슴에 안겨있는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엽자의 흥분에 어린 눈빛에 여쁜 얼굴은 발그레해졌다. 소병의 정신을 잃은듯한 눈빛을 알아챈 엽자는 교활한 표정으로 장난스레 물었다. "오빠, 설마 저를 좋아하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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