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열여섯이나 일곱쯤 되어 보이는데, 트레이닝복 차림에 야구 모자를 썼지만 얼굴에 드러난 경멸은 감출 수 없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지난번 병원에서 서준과 대화를 나누던 남학생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서준 앞에서 보였던 얌전한 모습과 달리, 지금 눈앞의 남학생은 오만하고 무례했다. '이서준처럼 다정한 사람에게 저렇게 예의 없는 동생이 있을 리가 없는데….' 이안은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곧장 소희의 앞길을 막아섰고, 그의 눈은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예쁘군.' '어리네.' '첫사랑 얼굴이잖아.' '순진하고 여려 보이는 게, 이서준은 말할 것도 없고 나도 한번 가지고 놀고 싶어지네. '이서준 그 자식이 집에 데려온 이유가 있군.' "응?" 이안은 길게 말을 늘여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번에 병원에서 봤었지." 소희는 경계하는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눈앞의 이 어린애는 분명 부모님께 버릇없이 자란 게 틀림없어.' 그녀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까 봐서. "하지만 난 널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는데!" 이안은 얼굴에 악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밀었다! '이서준은 건드릴 수 없어도, 그의 여자는 건드릴 수 있잖아?' 아래는 계단이었다. 그가 엄청난 힘을 썼다. 사람을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이안은 옷깃이 잡아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고, 곧바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반면 소희는 두 계단밖에 내려오지 못했다. 발목을 삐끗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