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남자의 태생

1682 Words
어릴적 내 별명은 괴물이었다. 얼굴도 완벽,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대학교를 다녔다. 졸업을 하고 나서는 취준생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었다. 6년만의 취준 후에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나이가 들 수록 완벽이라는 단어는 나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평범한 삶에도 도달하지 못한...그냥...그런... "이도명씨? 다시 해오세요 이게 뭡니까, 이렇게 쉬운 것도 제대로 못하는데 제정신인지 나 참." 내 이름 이도명. 일단 안경을 썼다. 뿔테안경, 그리고 키는 180. 피부가 좋지 않기도 하고 살도 많이 찐 상태다. 평범한 회사원의 옷을 입고 있다. 억지 자본주의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내가 딴판으로 살게 된 이유는, 취준생 때부터였던 것 같다. 길었던 취준으로 카페 한번 갈 돈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다. 심지어 동전이 모자라서 도시락집에서 마요 도시락을 먹는 것조차 배부른 소리였다. 그러다보니 완벽한 삶은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았다. 10시. 퇴근시간이네. 원래는 6시가 퇴근시간인데 야근이 많아서 이렇게 되어 버렸다. 집에 가면 뻗어서 자야겠다. 하며 도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사를 나오자 더운 밤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8월이라서 그런지 땀도 흥건했고, 빨리 씻고 싶었다. 회사에서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1시간 40분. 거의 왕복 4시간이 나의 출근 루트다. -00역 내 인생이 다시 완벽하게 바뀔줄은 그 때는 전혀 몰랐다. 지하철역에서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툭 "저기요, 뭐 떨어트리셨는데..." 검은색 캡모자를 쓴 남자가 도명의 어깨죽지를 치고 지나갔다. 도명은 남자를 다시 불렀지만 사라지고 없었다. 바닥을 본 도명. 담배갑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랑 똑같았다. 도명은 주머니에 담배를 넣고 들어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도명은 눈을 뜨는게 버겁다고 느낀게 처음이었다. 두 눈에 본드를 붙여 놓은건지 찝찝한 오물감이 들었다. 다행히도 손으로 비벼서 두 눈을 뜰 수 있었고, 어디 묶여있지는 않았다. 도명은 주변을 살폈다. 타고 있는 승객들은 사라져 있었다. 다른 칸, 심지어 끝에 칸을 다 확인해 보아도 도명 혼자였다. 끼익- 열차는 선로를 이탈했는지 철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치지직하는 소리를 연신 내다가 산등성이 아래로 추락했다. 도명은 이리 저리 몸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쓰러졌다. 이대로 가는 구나 싶었다. 열차는 황당하게도 폭발하지 않았고 모양도 살짝 찌그러진 상태였다. 도명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열차 밖으로 손을 뻗었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살고 싶음보다 더 큰 욕구였다. 그 순간, 누군가 도명의 손을 발로 밟았다. 짖이기는 정도는 아니라서 아픔이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명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도명이 고개를 처들고 누군지 확인하려는 찰나, 남자는 더 세게 짖이겼다. "이 도 명." "사...살려주세요." "기억나지? 나." 어깨를 스쳤던 그 사람인가 싶었지만, 그 사람과는 풍기는 분위기나 체격이 달랐다. 그때 그사람은 왜소했으나 지금 이사람은 통통하고, 덩치도 꽤 있었다. 도명은 고개를 저었다. 점점 공포가 엄습했다. 어디로 끌려갈 것 같아서였을까. "난 너 기억나는데. 괴물이었잖아." "괴물이었다면..." 남자는 대답을 더이상 듣지도 않고 도명의 입을 테이프로 막았다. 도명은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테이프 안에서 맴돌았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 나에게 보복하려는 사람? 도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그렇게 나쁘게 살지는 않았음을 맹세했다. 남자는 도명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또박또박 말했다. 도명은 아득한 현기증에 몸이 오그라들었다. 하얀 차에 탑승을 했고, 그 남자의 말을 얼핏 들었다고 믿고 싶었다. 너무 정확하게 들었기 때문에. "괴물 이도명, 오늘부터 넌 괴물이다." 도명의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도명의 눈은 더 커졌고 손과 발도 기괴하게 꿈틀대며 색도 변했다. 주황색과 갈색을 섞어놓은 피부빛이었다. 앞으로 괴물이 되기에 얼마 남지 않았다. "40분 뒤에 도착하니까 조용히." 그러고 보니 담배갑이 보이지 않는다. 담배가 내가 괴물이 된 원인이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 "넌 원래 괴물이 될 운명이었어. 잘못된 실수로 인간으로 태어났지. 실수의 원인 알려줄까? 네가 찾는 거." 담배? 담배 때문에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그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쓰촨성으로 간다." 행선지는 중국. 이도명의 한국에서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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