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남자

1428 Words
도명은 귀가 170도로 날이 섰다. 흡사 사막여우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은 브이라인으로 광대가 많이 튀어나와 있었다. 눈알은 회색과 금색이 섞여있었는데, 진회색에 더 가까운 금색이었다. 눈매는 꼬리가 올라갔다. 입꼬리도 일반 사람보다 더 올라가 있어서 조커를 연상시켰다. 입을 벌리면 누런 이빨이 뾰족하고 앙상한 모습을 보였다. 몸은 인간의 3배 정도의 너비, 키도 2.5배다. 괴물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작은 체구였다. 도명은 평소에 부정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우울한 성격이었다. 궁금증 또한 많아서 질문할 것도 수백가지였다. 예를 들면 쓰촨성과 괴물의 관계성과 같은? 쓰촨성의 자연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초록빛 능선에서 내려오는 파란 물줄기와 폭포수가 반겼다. 샛노랑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늘하늘 흔들렸다. 낮은 안개가 그늘져 있어서 분위기를 더욱더 고급지게 만들었다. 이도명은 툭 하며 차에서 굴러나왔다. 모든게 풀려났지만, 도명 홀로 쓰촨성에 남게 된게 분명했다. "괴물 이도명 혼자 살아가라. 그리고 이거." 종이 한장이었다. 쪽지 같기도 한데... 하얼빈 000 주소였다. "이 나쁜 새끼들아! 나보고 어쩌라고...중국에 던져버리면 다냐? 식량이라도 주던가..." "알아서 살고. 그 주소는 네가 어떻게든 살아남게 되면 저기로 가. 답이 나올거다." 남자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기억...날것 같다. 저 놈은... 내가 죽여야만 할 사람, 길동수였다. 길동수는 연쇄살인범. 우리 엄마를 아무 이유 없이 죽여버린 놈. 그는 차를 타고 쌩하니 사라져만 갔다. 쾌쾌한 먼지가 도명의 눈을 가렸다. 쿠구구구궁~~! ...이건... 땅이 갈라지고 있었다. 흔들리다 못해... 갈라지고 있었다. 저 멀리 산쪽에서 부터... 지진이다. 타탕- 지각이 산산조각나고 갈라지고 있었다. 각기 다른 크기의 땅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매섭게 올라왔다. 부서지는 흙의 조각들은 공포감을 더 강화시켰다. 뾰족하게 갈라지는 땅은 무참하게 주변을 집어삼켰다. 소리도 나팔관을 찔러내며 피가 날 것 같았다. 화산이 폭발했다. 보통 물이 있는 곳에 화산이 동반하는데...하며 도명은 생각했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있었다. 단순히 깔아 뭉개질줄 알았는데... 도명은 무의식 중에 발을 헛딛었다. "아악...!!!" 도명은 지하로 빨려 들어갔다. 도명이 들어가자 마자, 땅은 서로를 몰아붙이며 쾅 닫혔다. 발이 끈적했다.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도명은 여전히 주황빛 갈색 괴물이었다. 지하는 엄청 어둡고 추울줄 알았는데, 따뜻했다. "따뜻하지 않아? 사람 죽일때 나오는 핏물의 온도 같아..." 귓속말로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에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도명은 믿고 싶지도 않았고, 짙은 어둠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네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아. 난 단지 내가 괴물이 된 이유가 궁금할 뿐이야. 그리고 그놈의 행방도 알아내야해." "역시 사람 보는 눈 여전하네 이도명. 한결같은게 병신같단 말이지." 여자는 상대를 질식 시킬 것 같은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하반신이 빨간 구름으로 내려와 있고, 머리는 긴 웨이브 머리였다. 두 눈은 검은 그림자로 패여있다. 상반신은 아무 옷도 입지 않은 나체였다. 도명은 더이상 아무런 질문도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 죽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진이 빠지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치 술래가 없는 숨바꼭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답답하지만 초조하지는 않았다. 도명에게는 그 어떠한 선택권도 없었기에. "고통은 차후에 줄테니, 나랑 같이 갈 곳이 있어. 기회라는 건 우연히 찾아오니까." 여자는 준비해놓은 오토바이에 도명을 태웠다. 헬맷을 쓰지도 않고 무방비한 상태였다. 여자는 도명이 탄 것을 확인하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이도명이 가진 재능, 아니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역량을 꼭 찾아주고 싶었다. 나와 살아온 삶이 너무나도 비슷한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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