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과 승주는 단골 커피숍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체리 콕과 커피를 시키고 얘기를 마저 이어갔다. “그래서 너랑 진선이, 그 뒤로 안 만나는 거야?” “응. 며칠 됐어.” “하아... 어쩐지. 진선이가 요새 우리 교실에 코빼기도 안 비친다 했다. 그 동안 매일 붙어 다니더니, 이상하다 싶긴 했어.” “진선이가 많이 힘들 거야. 걘, 이런 거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하긴. 너도 아직 좋아한다고 말도 못했다며. 뭐, 한다고 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문제긴 하지만... 하... 어렵다.. 우리가 하는 사랑이란 거... 나도 요새 좀 심란해. 얼마 전에 고윤아 선생님, 짧은 치마 정장 입고 오신 날 있잖아. 하필 그날 아래서 다 보이는데,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고 중앙현관 나선계단을 올라가시더라고. 근데 아래에서 남자 선생들이 힐끔거리면서 우리 수학쌤을 올려다보는 거야. 특히, 총각무 영어 선생 그 자식이 넋 놓고 보더라고. 안 되겠다 싶어서 선생님께 말 거는 척하면서 교복 조끼 벗어서 치마 가려드렸거든. 내가 오늘따라 예쁘게 입으셨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오늘 선보느라 어머니가 골라주신 옷 대충 입었는데, 괜찮냐고 오히려 나한테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뭐라고 했냐?” “뭐라고 하긴... 한껏 기대하면서 물어보는데, 예쁘다고 했지. 그랬더니 ‘승주 니가 예쁘다고 하면 진짜 예쁜 옷 인가보다.’ 이러면서 겁나 사랑스럽게 웃더라... 하아... 사람 맘도 모르고... 선본단다. 아직 스물여덟 밖에 안됐는데, 선생님네 어머니께선 결혼이 뭐 그리 급하다고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