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4810 Words

31일을 향해 갈수록 앞자리가 1이 아닌 2로 시작하는 새천년을 맞을 준비로 세상은 한창 분주했다. 특히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대비로 떠들썩했는데, 컴퓨터가 ‘2’를 인식하지 못해서 생기는 여러 전산 및 그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긴장하는 사람들과 그런 것과 상관없다는 듯 2000년대를 맞이하며 여러 행사 및 축제를 준비하는 보통의 사람들이 뒤섞여 정신없는 연말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심지어는 누군가의 예언서에 따라 곧 세상이 멸망하기 때문에 휴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역사적인 순간을 앞둔 1999년 말의 세상은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기에 한껏 들떠 하면서도 세기말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혼란스럽고 이중적인 모습들로 가득했다.     12월 31일 밤. 이곳 다카포에 모인 친구들도 그 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었기에 예외는 없었다. 오랜만이라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반가워하는 와중에도 ‘밀레니엄 버그가 어쨌네.’, 혹은 ‘Y2K 때문에 걱정이네.’ 하는 주제의 대화가 빠지지 않았고, 다들 처음 경험해보는 2000년대를 앞두고 저마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설레했다.   장소를 제공해주겠다고 약속한 저녁 7시가 되자, 사장은 자신도 가족들과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봐야겠다며 일찌감치 정산을 시작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이 낳은 조카가 이제 갓 백일이 지났는데, 자꾸만 눈에 밟혀서 안 되겠다며 사장은 서둘러 갈 준비를 마치곤 가게를 시원에게 맡긴 뒤 퇴근했다. 그는 떠나기 전, 자신에게 거듭 고마워하는 시원에게 ‘그만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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