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대학병원 응급실.
119대원들이 환자를 실은 카트를 밀며 다급히 중증 치료구역으로 들어선다.
“말기 암 환자로 다량의 진통제를 복용 후 쇼크로 쓰러졌습니다.”
“보호자는요?”
“환자의 휴대폰 속 최근 통화 기록으로 연결된 분께 보호자와 연락을 취해 달라고 부탁드렸고, 그쪽말로는 간암 말기환자로 이 병원에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구급대원이 시원을 옮기며 급하게 보고하듯 말하자 의사는 숨을 헐떡이며 가쁘게 호흡하는 시원의 눈꺼풀을 열고 의식을 확인한다. 그리곤 재빨리 인턴에게 기관 삽관과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병원 의무기록 좀 알아봐 주고, 심전도 체크 빨리!”
“선생님, 심정지예요!”
심전도를 체크하던 간호사의 다급한 외침에 기관 삽관 중이던 인턴은 급히 흉부를 압박하며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보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재빨리 제세동기를 준비한다.
“200줄 charge. 양쪽 패들 위치잡고! 제세동 시작 합니다. 모두 물러나세요!”
“하나, 둘, 셋. 클리어!”
전공의가 시원의 몸 위에서 압박을 가하며 제세동을 실시하자 시원의 몸이 짧게 요동친다.
서서히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애쓰는데, 저 멀리 진선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다. 시원은 애원하듯 간절함을 담아 그녀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너를 처음 만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시원은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진선을 향한 미련을 놓지 못한 채, 자신이 가장 후회했던 그날로 다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눈가를 타고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는 동안,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되감겨가는 시간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두 번째 제세동 신호에 맞춰 시원의 몸은 이전보다 강하게 요동쳤지만 그와 동시에 짐처럼 느껴지던 무거웠던 몸은 물속을 유영하듯 가벼워졌고, 이내 눈부시게 하얀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의 온 몸을 보호하듯 감싸주었다.
to be continued..
-by. 찬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