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영네 집이 뜻밖에도 그녀 집 바로 위층이었다!
그렇다면 위층의 그 예쁜 아주머니는 박찬영의... 엄마?
소문에 몸 파는 일을 한다는 그 여자?
임안은 박찬영이네 집 문 앞에 서서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똑똑, 노크를 했다.
응답이 없었다.
돌아가려는 순간, 안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예쁜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여자는 관리를 잘 받아 서른 살 남짓으로 보였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임안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옷고름을 잡은 채 문을 연 심정화는 같은 건물에 사는 소녀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니?"
"혹시 박찬영 여기 살아요?"
상대방은 '박찬영'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예의상 끌어올렸던 입꼬리는 금세 내려갔다.
심정화는 갑자기 엄하게 물었다.
"걔를 왜 찾는데? 무슨 사이야?"
"저... 저는 같은 반 친구인데요, 아프다고 해서 와봤어요."
심정화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아프다고? 학교 안 갔니?"
임안은 그녀의 말을 듣고 박찬영이 여기에 없는 것을 알았다.
"걔가..."
임안은 아주머니의 태도를 살폈다. 그녀는 박찬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임안은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박찬영이 이틀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정화의 방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 그녀를 불렀고, 그녀는 재빨리 문을 조금 닫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잘못 찾아왔어. 걔 여기 안 살아. 이사간 지 한참 되었어."
말을 마치고 문을 완전히 닫았다.
임안은 곤란했다.
이사를 갔다고? 그럼 괜히 비에 신발 다 젖었잖아?
【001 알림: 임무를 빨리 완료하세요!】
에이, 그냥 포인트 쓸래... 001, 박찬영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줘.
【띠링! 포인트 교환 성공: 박찬영은 현재 상운로 521번지 불량 PC방 위층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안 알려줘도 되는데.
근데 불량 PC방?
저번에 길 물어봤던 그 PC방? 박찬영이 거기서 산다고?!
임안은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채소와 고기를 꺼내 가방에 쑤셔 넣고 나서야 박찬영을 찾아 나섰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불량 PC방으로 향했다.
날이 어두워졌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져 우산 위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임안은 가방이 젖을까 봐 한 손으로 가슴에 품었다.
그녀는 우산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가방을 보호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 우산을 접고 손으로 빗물을 털어낸 후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PC방 안에는 저번보다 사람이 더 적었지만, 여전히 다들 모여 앉아 있었다.
노란 머리 오빠가 먼저 입구에 서 있는 임안을 발견했다.
"어이, 사장님 따님! 또 길 물어보러 왔어?"
임안은 그에게 미소를 짓고는 바로 물었다.
"아니요, 박찬영 여기 있나요?"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박찬영'라는 말에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
노란 머리 오빠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걔 찾으러 왔어? 보다시피 여기 없는데."
"혹시 위층에 살아요?"
노란 머리 오빠는 그녀를 보는 눈빛이 갑자기 달라졌다.
그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그는 다소 흥분해서 물었다.
"아가씨! 너 박찬영이랑 무슨 사이야? 어떻게 걔가 위층에 사는 걸 알아? 걔가 말해줬어? 설마 너희 둘이... 사귀는 거야?!"
"네?"
"너희 둘이 사귄다고?"
노란 머리 오빠가 임안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흠! 박찬영, 횡재했네."
임안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노란 머리 오빠는 손바닥을 들고 '멈춰'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됐어, 변명하지 마, 다 알아! 박찬영 위층에 있어. 문 창문에 열쇠 있으니까 알아서 열고 들어가."
임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오빠."
임안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컴퓨터 앞에서 말없이 게임만 하던 남자애들이 난리가 났다.
"젠장, 건우 형! 박찬영 언제 작업 걸었어? 형도 몰랐어?"
"내가 저번에 뭔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분명히 여자애들 우리 PC방 오는 거 싫어하면서 건우 형 시켜서 손님 받게 하더니!"
"우리도 올라가서 안에서 뭐 하는지 들어볼까?"
민건우는 그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어머니 보시겠다! 남의 커플 일에 너희들이 뭔 상관이야!"
————
임안은 어둠 속에서 위층으로 올라가 발끝으로 서서 창문 옆의 열쇠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멈칫한 그녀는 잠시 후에야 자신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플래시를 켜는 순간, 방 안이 조금 밝아졌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방의 모습이 보였다. 구멍 난 소파 하나와 그 앞에 작은 나무 탁자 하나.
맞은편 벽은 텅 비어 있었다.
텔레비전은 없었다.
그녀는 현관에 서서 신발을 벗고 바닥을 밟았다.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니 주방 위치가 보였고, 주방에는 빨간색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하지만 안에는 맥주 몇 병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방의 냄비와 그릇은 모두 새것이었지만, 쓰레기통은 가득 차 있었다. 안에는 스티로폼 박스가 들어 있었다.
임안은 가방에서 채소를 꺼내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가방은 주방 입구 바닥에 내려놓았다.
박찬영을 깨울까 봐 발소리를 죽이고 주방을 나섰다.
맞은편에 굳게 닫힌 문이 보였다. 박찬영이 저 안에 있겠지?
001이 자고 있다고 했으니, 조용히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봐야겠다.
... 괜찮겠지?
임안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침대 위에 회색 이불이 솟아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다가가려는 순간, 허리를 누군가에게 꽉 붙잡혀 벽에 세게 부딪혔다.
곧이어 손목은 벽에 눌리고 목은 다른 손에 졸렸다.
방 안은 어두컴컴했다.
박찬영은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제정신이 아니었고, 심지어 익숙한 향기까지 맡았다.
하, 많이 아픈가 보네.
"박찬영! 나야! 임안이야!"
임안은 그에게 꼼짝없이 붙잡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임안? 환청인가?
그는 상대방의 말조차 잘 못 알아들었다.
박찬영은 지금 매우 짜증이 났고, 눈은 충혈되었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임안은 그의 모습에 겁에 질려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목소리는 떨렸다.
"박찬영, 일부러 네 방에 들어온 거 아니야. 그냥 이틀 동안 학교 안 나와서 아픈 줄 알고..."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박찬영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는 조금 당황하여 갑자기 손을 놓았다.
임안은 쪼그리고 앉아 심하게 기침을 했다.
박찬영은 문가로 가서 불을 켰고, 그제야 임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목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손목도 마찬가지였다.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는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교복 뒤는 온통 젖어서 옷이 살에 달라붙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속옷까지 비칠 정도였다...
... 연한 파란색이었다.
박찬영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목울대가 움직였다.
임안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몸이 갑자기 붕 떠올랐다. 박찬영이 그녀를 허리에 안아 올린 것이다!
"박찬영, 뭐 하는 거야?"
임안은 조금 겁이 났다. 박찬영은 마치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음침하고 흉악한 보스 같은 느낌이었다.
001 호출! 지금 임무 수행하다가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야?!
【안심하세요, 지금 아주 안전합니다!】
안전하다고? 제발! 박찬영 지금 상의 탈의 상태라고!
얇은 옷 사이로 임안은 그의 탄탄한 가슴과 복근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열기에 얼굴이 붉어졌다.
박찬영은 한 걸음 한 걸음 아주 안정적으로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안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차가운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다 문득 박찬영의 눈이 그의 엄마를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둘 다 눈매가 길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찬영의 왼쪽 눈 아래에는 아주 작은 붉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 이 와중에 그런 것까지 신경 쓰다니!
박찬영은 임안을 안고 옷장으로 걸어갔다.
한 손으로 옷장 문을 열고 안에서 회색 후드티와 회색 면바지 각 한 벌을 꺼내 임안의 품에 안겨주었다.
임안은 손가락으로 옷을 위로 잡아당겼다.
옷이 그녀의 머리 절반을 가렸다.
그녀는 지금 웃통을 벗은 채 사납기 짝이 없는 박찬영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임안은 박찬영에게 이끌려 화장실 문 앞에 내려졌다.
"옷 갈아입어."
박찬영은 그 말을 남기고 손을 뻗어 그녀를 위해 문을 닫아주었다.
임안은 여전히 박찬영의 옷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은 목에서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아래로는 가방에 눌려 땀이 난 탓에...
희미하게 속옷의 색깔과 모양이 비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