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소년이 아무 말 없이 침묵하자, 임안은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저기요, 학생? 양호실까지 부축해 줄까?”
【띵! 001 알림: 호감도 -1】
또야?!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박찬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옆에서 하는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이 재수 없는 자식은 너무 까다롭잖아? 막 회귀했는데 쌩판 모르는 사람 비위나 맞춰야 하고, 무시까지 당하다니…
임안은 기분이 상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찬영! 설마 너무 아파서 말도 못 하는 거야?”
【띠링! 001 알림: 호감도 +2】
설마 얘, 부드러운 건 싫어하고 막 대하는 걸 좋아하는 건가?
“고마워. 신세 좀 질게.”
소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예의 바르게 들리는 말투였지만, 말투는 무관심했다.
임안은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웃으며 대답했다.
“천만에, 당연히 도와야지!”
그녀는 어깨에 박찬영의 무게를 느끼며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허리를 받쳤다. 박찬영의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임안은 그의 몸이 순간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옷 사이로 느껴지는 그의 피부는 뜨거웠다. 그는 방금 땀을 흘렸지만, 코를 찌르는 땀 냄새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은은한 차나무 향이 났다.
임안은 그를 천막 아래로 부축해 의료진이 약을 바르도록 했다.
최수아는 다른 남학생과 함께 우재영을 부축하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임안에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 우재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임안! 너 뭐 하는 거야?”
최수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래?”
임안은 옆으로 물러나 물통에서 물을 꺼내 박찬영에게 건넸다. 박찬영은 한 손으로 물을 받아 조용히 “고마워.”라고 말했다.
【띠링! 001 알림: 호감도 +1】
최수아는 둘의 모습을 보고 더욱 놀랐고, 임안을 구석으로 데려가 조용히 물었다.
“너 왜 걔를 부축해 온 거야? 너 우재영이랑 가까워지려는 거 아니었어?”
‘우재영’라는 세 글자는 이제 그녀에게 금기어였다.
임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생각 없어졌어. 그리고 박찬영도 넘어졌는데, 내가 자원봉사자로서 부축해 주는 게 당연한 거잖아.”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박찬영의 팔에 손을 끼며 말했다.
“박찬영, 내가 교실까지 바래다줄게!”
박찬영은 눈을 내리깔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아니, 혼자 갈 수 있어.”
“어딜 간다고?!”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안이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서 무리가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호의적이지 않아 보였다!
박찬영은 그들을 무시하고 고개를 숙인 채 옆으로 걸어갔지만, 건장한 체격의 남학생에게 가로막혔다.
“너 일부러 옆 레인으로 뛰어서 우재영을 넘어지게 한 거지? 그럼 재영은 메달을 못 따잖아!”
박찬영은 그의 말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그는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옆에서 험악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 눈이 몇 개라도 있어서 박찬영이 옆으로 뛰는 걸 봤어?”
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박찬영조차도 순간적으로 놀라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변호하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임안? 너 왜 쟤 편을 들어? 너 우재영 쫓아다니는 거 아니었어?”
이렇게 말한 사람은 임안도 아는 사람이었다.
이기현, 우재영의 죽마고우로, 대학교 졸업 후 W&O 그룹에 입사해 오른팔 노릇을 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못 가 박찬영 때문에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회사에서 쫓겨났고, 그 후로 어떤 회사에서도 그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은 제쳐두고, 설마…
그녀가 우재영을 쫓아다닌다는 사실이 전교에 다 알려진 건가?
임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예전엔 내가 눈이 삐었었지. 하지만 너희가 우재영이랑 친하다고 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남을 모함하면 안 되는 거잖아!”
“모함이라니? 그럼 네 말은, 우재영이 일부러 박찬영을 친 걸 수도 있다는 거야?”
“심판이 있잖아. 너희끼리 멋대로 추측하지 말고 심판한테 가서 물어봐.”
그녀는 여전히 박찬영의 팔을 놓지 않고 있었다.
“심판은 누구 편도 안 들어줄 거야. 학생들끼리 싸우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누가 감히 진실을 말하겠어.”
“그럼 심판이 어떻게 누구 편도 안 들어줬는지 말해 봐.”
“둘이 동시에 중간선을 밟고 부딪혔다고 했잖아.”
“그래, 바로 그거야.”
“젠장! 이제 알겠어. 너 이 일을 빌미 삼아 우리 재영 눈에 띄려는 거지?”
“설마 남자들이 다 자기랑 반대로 행동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아는 건 아니지?”
사람들은 처음에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
임안은 그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너희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모함하면 안 돼! 증거를 가져오든가!”
임안은 이 말을 남기고 박찬영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가자!”
운동장을 나와서야 임안은 한숨을 돌렸고, 그녀의 손은 여전히 박찬영의 팔에 얹혀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박찬영의 팔 근육이 탄탄하고 뜨겁다는 것을 알아챘다.
문득 과거 그가 잔해 속에서 그녀의 시신을 안아 올렸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는 눈빛을 바꾸며 조용히 물었다.
“박찬영, 교실까지 바래다줄까? 너 몇 반이었지?”
【띵! 001 알림: 호감도 -1】
젠장! 또 떨어졌잖아!
박찬영은 입술을 꾹 다물고 천천히 말했다.
“10반.”
“아, 그렇구나. 10반.”
응?
네?
뭐?
10반? 박찬영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랑 같은 반이었다고?!
임안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음, 미안. 아까 걔네랑 말싸움을 하고 나서 정신이 없어서 잠깐 우리가 같은 반이라는 걸 깜빡했네.”
과거 그녀는 문과를 선택해서 5반으로 전학을 갔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박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옆모습을 보았고, 그제야 그의 눈썹 뼈 바로 위에 긴 흉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과거에는 왜 저 흉터를 못 봤지?
언론에 공개된 그의 사진은 하나같이 여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만큼 잘생긴 사진뿐이었는데!
물론, 박찬영의 악행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박찬영은 그녀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눈치챘는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띵! 001 알림: 호감도 -1】
내가 좀 무례한 행동을 했나…
교실로 돌아온 임안은 그를 자리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하필! 바로 뒷자리에 앉는다고?!
세상에! 어떻게 예전에는 이걸 전혀 몰랐지?
【띠링! 001 알림: 임무 완료! 포인트 +5】
좋아! 신난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문득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 아이들은 아직 운동장에 있었지만, 학교 규정상 운동회가 끝나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었다. 임안은 책을 펼쳤고, 책 속에 수학 시험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130점.
그 당시 우재영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던 그녀는 순조롭게 5반으로 전학을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해야 했다.
그런데…
임안은 고개를 돌려 문제를 풀고 있는 박찬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구원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를 선택했을까, 이과를 선택했을까? 임무를 수행하려면 박찬영과 같은 반이 되어야 편할 텐데.
박찬영은 물리 문제를 풀고 있었고, 그의 필체는 힘이 넘쳤다.
그때 갑자기 책상 모서리에 작은 머리가 불쑥 나타났고, 머리의 주인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필요해?”
“음, 그냥 네가 문과를 선택할 건지 이과를 선택할 건지 궁금해서.”
박찬영은 펜을 멈추고 펜을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너, 오늘 좀 이상해.”
그가 말했다.
“응? 그래?”
임안은 시치미를 뗐다. 박찬영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너… 전에는 나한테 말 건 적 없잖아.”
“아, 그건 예전이고.”
오늘 보니 고등학교 때 박찬영은 나를 상대하지 않았을 뿐, 무섭지 않잖아!
어떻게 하면 그의 경계심을 풀 수 있을까?
임안은 그럴듯하게 말했다.
“사주풀이 같은 거 믿어?”
“내가 며칠 전에 사주를 보러 갔는데, 사주 봐주시던 분이 좋은 대학교에 가려면 성이 ‘박’씨인 사람이랑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거야!”
“생각해 보니까 내 뒷자리에 ‘박’씨가 있잖아!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문과 갈 거야, 이과 갈 거야? 그래야 너랑 같은 반이 되지!”
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박찬영은 당연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말했다.
“이과.”
“잘됐다! 나도 이과 가고 싶었어!”
이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박찬영은 몸을 움찔 떨었다.
눈앞의 여자애는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걸까? 심심한 건가? 우재영을 못 쫓아다니니까 아무 남자나 잡고 시간을 때우려는 건가?
【띵! 001 알림: 호감도 -2】
박찬영! 할 말 있으면 대놓고 말해. 호감도 좀 떨어뜨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