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메갈로톤과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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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메갈로톤과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 죽 뻗은 배수구를 따라 기어가자 배수구 안으로 밝은 빛이 들어왔다. 직사각형 벽돌 배수구가 둥근 유리관 배수구로 바뀌고 있었다. “첫 번째 해자 속을 가로지르는 유리관이야.” 북친이 속삭였다. 긴 유리관이 해자의 물속을 가로질러 성의 저 안벽까지 뻗어 있었다. “이 해자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지키고 있다고 했는데 의외로 조용한걸.” 넓고 깊은 해자 속은 어두컴컴했다. 루미와 북친은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물속을 가로지르는 유리관 속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유리관 배수구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였다. 물속에서 산더미 같은 그림자가 둘을 향해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뭐지? 왜 저렇게 큰 거야!” “수염고래인가?” “꼬리지느러미가 수직 방향으로 달려 있어. 그리고 저렇게 사나운 이빨을 가진 고래를 본 적 있어?” “메갈로톤이야!” “멸종되었잖아!” 어마어마한 물살을 일으키며 다가온 메갈로톤이 루미와 북친을 집어삼킬 것처럼 아가리를 벌렸다. 둘은 자신들의 몸보다 세 배나 큰, 메갈로톤의 이빨을 피하기 위해 부리나케 앞으로 기었다. 메갈로톤이 유리관을 씹어 버렸다. 유리관이 뜯겨나가자 둘은 해자의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유리관 밖으로 흘러나왔어!” “다시 유리관 안으로 들어가야 해!” 둘은 뜯긴 유리관의 한쪽 구멍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그때였다. 메갈로톤의 맞은편에서 농구경기장만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으악 저건 또 뭐지?”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야! 육각머리 초대형 갑문어지.” 머리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육각기둥 머리 모양을 한 초대형 문어가 춤을 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루미와 북친은 주춤거렸다. 그 사이 메갈로톤이 아가리를 벌리고 둘을 삼키려 했다. 하지만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긴 다리가 날아와 루미와 북친을 낚아챘다.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가 자신의 먹잇감을 낚아채자 화가 난 메갈로톤이 루미와 북친을 휘감은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다리를 물어뜯어 삼켜 버렸다. “으아악!” 루미와 북친은 잘린 문어의 다리와 함께 메갈로톤의 뱃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잘린 문어의 다리가 미친 듯 꿈틀거리며 메갈로톤의 내장을 헤집어댔다. 루미와 북친은 꿈틀대는 문어의 다리에 깔려 죽지 않기 피해 메갈로톤의 창자 속을 이리저리 도망쳐 다녔다. 하지만 밖에서는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리 하나를 잃어버린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가 나머지 일곱 개 다리를 이용해 메갈로톤에게 헤드록을 걸었다. 목과 몸통이 졸린 메갈로톤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다리가 더욱 세게 조여 왔다. 메갈로톤의 내장까지 조여지자 루미와 북친도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켁, 켁! 이러다 짓눌려 죽겠어. 메갈로톤의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이야.” 루미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꼴이네. 켁!” 우두둑 우두둑. 헤드록에 걸린 메갈로톤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조용해졌다. 메갈로톤은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에게 당해 숨통이 끊어졌는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는 다리의 힘을 풀지 않았다. 메갈로톤의 숨통을 완벽하게 끊어놓은 뒤 먹어치울 모양이었다. 조용하던 메갈로톤의 심장이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메갈로톤이 갑자기 옆으로 몸을 한 바퀴 돌았다. 자신의 몸에 감긴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다리를 오히려 더 세게 감기 시작한 것이다. 북으로 실을 감는 것처럼 메갈로톤이 자신의 몸뚱이로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다리를 끝까지 감아갔다. 그러자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다리 세 개가 몸통 부근에서 끊겨 버렸다. 다리 세 개가 잘리자 초대형 갑문어의 조이는 힘이 약해졌다. 그 틈을 타 메갈로톤이 미친 듯 몸을 좌우로 흔들어 자신을 조이고 있는 나머지 다리 사이를 빠져나왔다. 이제 네 개 밖에 남지 않은 다리로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가 메갈로톤을 에워쌌다. 사나운 이빨을 세우고 메갈로톤이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머리 한가운데를 향해 돌진했다. 머리를 물어뜯어 버릴 셈인가 보았다. 메갈로톤이 자신를 향해 포위해오는 네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동시에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가 먹물을 토했다. 거대 상어의 입안으로 시커먼 먹물이 들어갔다. 메갈로톤의 뱃속으로 지독한 냄새를 뿜는 먹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켁. 켁.” 루미와 북친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역겨운 화학 무기 세례를 받은 메갈로톤이 턱을 벌렸다.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그 틈을 타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가 네 다리를 이용해 메갈로톤의 이마와 턱을 잡았다. 그리고 메갈로톤의 아가리를 찢어 버릴 것처럼 양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메갈로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남아 있는 턱 힘을 이용해 천천히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초대형 갑문어의 다리 힘보다 메갈로톤의 턱 힘이 더 강했다. “메갈로톤이 입을 다물기 전에 빠져 나가야 해!” 루미가 외쳤다. 둘은 메갈로톤의 입이 아직 벌려져 있는 틈을 타 목까지 기어 나왔다. 무시무시한 메갈로톤의 이빨이 빗장처럼 닫히려는 찰나였다. 루미와 북친은 막 다물어지기 직전인 메갈로톤의 이빨 사이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메갈로톤의 입 밖으로 빠져나왔다. 곧 메갈로톤의 입이 닫혔다. 동시에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나머지 다리 하나가 잘려 나갔다. 루미와 북친은 두 괴물 사이를 피해 동강난 물속의 유리관을 향해 헤엄쳤다. 뒤에서는 두 괴물의 마지막 혈투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두 괴물의 피와 살점들이 물속에 둥둥 떠다녔다. 루미와 북친은 가까스로 잘린 유리관 입구에 이르렀다. 안으로 기어들어간 뒤 뒤를 돌아보았다.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의 마지막 헤드록에 숨통이 터진 메갈로톤이 허연 배를 뒤집고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뒤를 세 개의 다리 밖에 남지 않은 그란덱사크루스토푸스가 힘겹게 좇고 있었다. “휴― 살았어.” 루미와 북친은 해자 속의 유리관을 지나 건너편에 다다랐다. 해자가 끝나고 성벽이 나타났다. 유리관 배수구가 다시 직사각형의 벽돌 배수구로 바뀌었다. 덕지덕지 음식찌꺼기들이 달라붙어 있는 배수구를 따라 기어가자 어디서 스튜 냄새가 났다. 곧게 뻗어 있던 배수구가 비탈을 이루며 위쪽으로 꺾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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