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미스터 피치와 미스 새침 라그리마 섬을 찾아가는 정어리 떼는 북쪽으로, 북쪽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한숨도 쉬지 않고 하루 낮을 내달렸다. 루미는 미스터 피치의 등에 올라타 있었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범고래 떼를 만나기 전, 이미 사나운 상어에게 옆구리를 다친 피치는 몹시 지쳐 보였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피치의 옆구리에서는 아직도 조금씩 피가 흘렀다. 그러나 피치는 힘든 내색 없이 루미를 태우고 무리 뒤에서 힘차게 헤엄쳤다.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고 있어요. 저 혼자서 헤엄칠 수 있어요.” 루미는 피치의 등에서 잠시 내려왔다. 북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만난 무리는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얼마 동안은 힘을 들이지 않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세찬 물살을 만나게 되었다. 북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해류였다. “물살을 거슬러 가야 해. 어서 타!” 피치가 말했다. 루미는 다시 피치의 등에 올라타 목을 꼭 붙잡았다. “물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어요. 라그리마 섬이 가까워졌나요?” 루미가 피치에게 물었다. “난류가 한류를 만나는 지점에 다가가고 있지. 물이 뒤섞이는 바다를 한참 뚫고 나가야 라그리마 섬이야. 오늘 밤을 꼬박 헤엄쳐 가야 해.” 피치가 기름눈꺼풀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바다에는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맨 뒤에서 무리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피치의 기름눈꺼풀이 처지고 있었다. 피치는 끔벅끔벅 졸기 시작했다. “미스터 피치! 졸면 안 돼요. 무리에서 이탈하면 위험하다고요! 힘이 들면 루미는 내가 태울게요.” 미스 새침이 말했다. “괜찮아요. 미스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