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괴물고기에 대한 다툼

1987
2.괴물고기에 대한 다툼 그런데 그 괴물고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괴물고기의 시체는 곧 육지에 있는 한 연구소의 실험실로 옮겨졌다. 과학자들은 차가운 은빛 해부대 위에 괴물고기를 올려놓고 실험실의 전등을 환하게 밝혔다. 실험실에는 이미 많은 학자들과 화려한 빼지를 단 군인과 경찰들이 모여 있었다. 해양생물학자, 일반 생물학자, 해저탐사대, 희귀동물협회, 인류학자, 심지어 유에프오 연구협회의 회원인 천문학자들까지 눈에 띄었다. 그들은 초조하게 괴물고기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미끈한 괴물고기의 몸에서는 아직도 끈적끈적한 바닷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괴물고기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눈꺼풀이 달린 커다란 눈망울은 순해 보였고, 코처럼 살짝 튀어나온 부분에는 파충류의 콧구멍처럼 작은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입은 붕어처럼 조그마했다. 이마에 달라붙은 채 양쪽으로 갈라져 내려온 기관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분리돼 있었다. 두 가닥의 미역 줄기가 아가미 뚜껑에 각각 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물고기의 이마와 아가미 사이에 달려 있는 지느러미는 처음이기에 어떤 사람은 그것이 지느러미가 아니라 팔이라고 생각했다. 그 수수께끼 기관은 가운데로 가르마를 탄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귀 옆에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모습을 닮아 있기도 했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이 지느러미나 팔이 아니라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배 쪽을 내려다보았다. 볼록 튀어나온 배에는 펭귄의 배처럼 둥글고 흰 무늬가 나 있었다. 그 아래에는 무릎 관절이 없는 통통하고 아주 짧은 다리가 달려 있었다. 다리 끝에는 네 발가락을 지닌 발이 달려 있었고,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있었다. “바다표범이나 펭귄의 돌연변이일 거예요. 틀림없습니다.” 해양생물학자가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공처럼 둥근 머리와 두 다리를 어떻게 설명하죠? 이것들은 인간을 닮았어요.” 다른 생물학자가 말했다. “추파카브라입니다.” 누군가 말했다. “아닙니다. 인어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우겼다. “이렇게 못생긴 인어는 처음이야. 멕시코 해변에 나타났던 남자 인어보다 못생겼어. 그 인어는 기다란 물고기 몸뚱이에 추악한 남자 머리가 달려 있었지.” “인어가 아니에요. 바다와 육지 사이의 늪지대에 사는 포유류가 틀림없어요. 오리너구리의 다리처럼 생긴 물갈퀴를 보세요.” “포유류가 아닐 거예요. 이것은 어류라고요. 탐사되지 않은 깊은 해저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심해어가 많이 살고 있으니까요.” 해저탐사대를 지휘하고 있는 다른 박사가 말했다. “깊은 바다의 수압을 견디기 위한 특별한 기관들을 달고 있는 바다생물체일 겁니다. 해부해 보면 답이 나와요. 당장 해부해 봅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안돼요. 외계 생물체일 수도 있어요. 러시아에서는 인간을 닮은 25센티 미터짜리 생물체를 해부한 과학자가 갑자기 사라진 일도 있었어요. 해부를 했다가는 우리 모두가 그 꼴이 될지도 몰라요.” 공군 대령이 말렸다. “대령님 말이 맞습니다. 외계생물체라면 바다에 되돌려 주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이 생물체의 친구들이 이 생물체를 다시 자기 별로 가지고 돌아갈 거예요. 그들이 이 생물체를 찾고 있다면 큰일이에요. 그들은 지구인이 자신들의 비밀을 캐내지 않기를 바랄 거예요.” 유에프오 연구회 소속 박사가 말했다. “터무니없는 말이에요. 이것은 바다생물이 육지생물로 진화되던 과정에 예기치 못한 환경에 적응해 버린 생물이에요. 이 생물이 생물의 진화를 완벽하게 밝혀 줄 거예요. 어쩌면 인간의 진화 과정을 다시 써야할지 몰라요. 세상 사람들을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거리예요. 당장 텔레비전에 내보내고 해부를 시작해야 해요! 우리 인류는 육상생물인 원숭이로부터 진화되지 않고 이런 바다생물로부터 갈라져 나왔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난 새로운 진화론을 발표해 학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분명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당장 이 생물체를 인류학회 실험실로 넘겨야 합니다! 해부해야 해요!” 인류학자가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모두들 동요하는 듯했다. 실험실은 해부를 당장 시작하자는 쪽과 해부는 안 된다는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바다 생물체를 둘러싸고 곧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어른들이 이런 일로 싸우다니. 이건 악몽이야. 어쩌면 저건 인어일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와는 반대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위가 물고기이고 아래가 사람인 인어도 있을 수 있지 뭐.” 누군가 중얼거렸다. “조용히 해요. 여기가 국회인줄 알아요? 해부에 앞서 비상위원회를 조직하고 그 다음에 해부를 하든지 말든지 하자고요!” 이렇게 소리친 이는 머리를 짧게 자른 무명의 여자 과학자였다. 그는 부두에서 시원의 아빠로부터 이 괴생물체를 최초로 넘겨받은 장세희 박사였다. 처음에는 아무도 장세희 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모두는 장박사의 의견보다 나은 의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밤 열두 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사람들은 그 이상하게 생긴 바다 생물체를 해부대 위에 남겨 놓고 밤늦게 긴급 회의실로 옮겨갔다. 장박사는 맨 늦게 방을 빠져나오며 죽어 있는 생물체를 바라보았다. 생물체는 처음 부두에서 보았을 때처럼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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