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아빠는 오늘도 오시지 않아
프롤로그_아빠는 오늘도 오시지 않아
시원은 마리와 함께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오늘도 네 엄마를 보건소에서 보질 못했어.”
마리가 말했다.
“몸이 많이 아프셔서 결근하셨어. 몸져누우셨거든.”
시원이 힘없이 대답했다. 바람이 텅 빈 운동장을 쓸고 갔다.
“난 이제 가봐야겠어. 아빠가 마도시에서 오시는 날이야.”
마리가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허리를 일으켜 세워 두 손으로 철봉을 붙들었다.
“안녕!”
마리는 땅으로 풀썩 뛰어내리더니 교문 쪽으로 달려갔다. 시원은 가방을 맨 채 혼자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아빠는 먼 바다에 계셔. 어제 오신다고 약속했지만 오시지 않았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오시지 않을 거야.’
검은 쓰레기 봉지 하나가 운동장 끝에서 날아 와 시원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시원은 봉지가 저절로 날아갈 때까지 철봉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시원은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두에는 고깃배 하나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했는데 역시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독감에 걸린 엄마는 아직도 누워 있었다.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시원은 힘없이 인사하고 이층 방으로 올라왔다. 침대에 풀썩 주저앉은 시원은 선반 위에 어항을 놓을 자리를 바라보았다. 아빠가 돌아오면 아주 예쁜 어항을 사 준다고 했는데 아빠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 시원은 풀이 죽어 침대에 누워 버렸다. 네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