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전동 스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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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장터에 갑자기 웬 외제차 몇 대가 나타났다. 그중 진무가 검은색 벤츠에서 내려와 자신의 친구들을 보면서 말했다. "오늘 우리가 갖고 온 물건들을 다 여기에다 내려놓으면 돼.왜냐면 오늘 우리는 노점 장사를 할 거니까!" 그러자 진무의 친구들은 기다린 듯이 너도나도 양주가 가득한 자신의 차 트렁크를 열었다. "미연아, 우리 이따가 혼인신고하러 갈 건데,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진무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미연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선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멸시로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그 찌질한 자식은? 혹시 겁먹고 도망이라도 친 거야?" "물건 받으러 갔어." 미연은 눈을 살짝 찌 푸르며 진무의 말에 대답을 했다. 사실 조현은 오늘 아침 일찍부터 어디로 갔는지 지금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전화기도 꺼져있는 상태다. "하하하, 내가 봤을 때는 쪽팔려서 못 나타나고 있는 거 같은데!" 진무가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옆에 있던 진무의 친구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을 보탰다. "그래도 아주 모리지는 아니군. 질게 뻔하니까 미리 토꼈네." "진무야. 아니면 이 자식 한번 봐줄까? 이따가 이 자식의 매출이 우리의 십분의 일만 되어도 이기는 걸로." "십분의 일? 하하. 우리의 천분의 일도 못 따라올걸!" 깔깔 웃어대는 그들 때문에 미연에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치사하게 양주를 팔려고 하다니. 이번 경쟁에서 조현의 패배가 확실했다. "그 자식이 오면 시작하지. 물론 그 자식이 나타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나중에 우리 결혼식에 초대해서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 하하하!" 진무는 노골적인 눈빛으로 미연을 쳐다봤다. 오래전부터 여신이었던 존재가 드디어 자신의 여인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됐으니, 그는 온몸의 피가 자꾸 한곳으로 몰리는 것 같았다. 오후 4시가 지났지만 아직 조현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자식이 토낀 것 같은데. 미연아, 이제 그만 포기하고 진무와 결혼해. 앞으로 우리 모녀 떵떵 거리며 살수 있다고!" 이미숙이 매우 언짢은 말투로 미연을 보챘다. "어머님, 저와 미연이 혼인신고만 끝내면 바로 이 벤츠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진무는 너무 급한 나머지 이미숙에게 어머니라고 불렀다. "어머 진무야. 우리 딸이 너랑 잘 돼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 진무의 말에 이미숙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미연아, 이제 그만 포기하자. 그 자식이 너 버리고 떠났다니까! 이제 그만 진무와 혼인신고하러 가자!" 이미숙은 이미 진무의 벤츠가 자신의 것인 거 마냥 기뻐했다. 미연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의 친 딸을 상품처럼 남에게 팔려고 할 수 있는지,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연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을 무턱대고 약속부터 한 조현이 원망스러웠다. 어차피 미연은 조현이 경쟁에서 져도 절대로 조현과 이혼하지 않을 작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예상 못 했던 건 조현이 경쟁에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저기 봐. 저기 오네!" 그때 마침 누군가가 소리쳤다. 소리를 따라 시선이 멈춘 곳에 조현이 반쯤 죽어가는 전동 스쿠터를 몰고 이쪽으로 향해 오고 있었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예요!" 미연은 마음속으로 아직 조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안으며 조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디 한번 볼까? 이 자식이 갖고 온 물건이 뭔지!" 진무는 조현의 스쿠터 뒷좌석 캐리어를 열어 안을 확인해 봤더니 텅텅 비어있었다. "너 설마 이 스쿠터를 팔려고 하는 거 아니지? 하하하!" 진무가 깔깔대며 조현을 놀려댔다. "물건 어딨어요?" 미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조현은 진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래도 그렇게 어리석진 않군. 네 말이 맞아. 얘가 오늘 내가 팔 물건이야." "하하하. 진심이야? 맛이 제대로 갔네!" "뭐라고? 지금 나를 욕한거지?" 조현은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면 대답했다. "너 더러 어리석다건 욕이 아니라 칭찬이야." 그리고서 스쿠터를 끌고 장터 쪽으로 향했다. 옆에서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미연은 조현의 돌발행동에 놀라움을 금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의 성격과 행동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180도로 달라질 수 있지? 예전의 그였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진무의 말을 되받아 치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번 더 주둥이를 네 멋대로 나불댔다간 죽는 수가 있어!" 진무는 노발대발하며 주먹을 움켜쥐고 조현의 얼굴 조준하여 날리려는 찰나, 어제 있었던 일이 갑자기 떠올라 이를 악물고 분노를 다시 속으로 삭혔다.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어차피 이따가 무릎 꿇고 벌벌 기면서 살려달라고 할 테니까.지는 사람이 상대방의 구두를 깨끗하게 핥아야 되는 거 알고 있지?" "양주 팝니다. 모든 상품 반값 세일!" 진무가 지난 가는 행인들을 향해 말했다. 외제차, 양주. 이 두 가지의 아이템으로 장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일시에 엄청난 인파가 진무 쪽으로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양주라는 상품 특성상 소장 가치가 뛰어난 제품이다. 그런데 반값 폭탄 세일이라니.이건 거저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에효, 오늘 매출이 잘 안 나왔네. 큰 거 한 장도 못 팔았어." 진무는 핸드폰 화면을 조현 앞에 내밀면서 낄낄대며 말했다."위에 숫자 보이지? 어때? 감당할 수 있겠어? 네가 평생 만질 수 없는 돈이야!" 조현은 진무를 무시한 채 "스쿠터를 팝니다"라고 적혀있는 패널을 꺼내다 스쿠터의 손잡이에 걸었다. "이 자식이 제대로 돌았구먼. 진짜로 스쿠터를 팔 생각이었다니. 형님 보아하니 이 스쿠터가 저 자식의 전 재산인 것 같은데, 그냥 우리가 대신 사버리는 건 어떨까요?" "그래. 5만 원에 저 스쿠터를 내가 사지!" "에이, 아무래도 5만원은 좀 그렇죠!" "그럼 얼마에 살까?" "5만 천 원에 사는 건 어떨까요? 천 원은 이 자식 용돈으로 하고." "하하하. 그래 네 말대로 하자. 들었지? 이 스쿠터를 내가 5만 천 원에 살게!" 미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조현의 변화에 내심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서 화가 났다. "이따가 이 자식이 무릎 꿇고 내 신발을 핥을 때, 네들 잊지 말고 촬영해서 나중에 인터넷에다가 쫙 뿌려! 이 자식이 제대로 유명해지게."  이미 승부가 난 마당에, 진무는 오로지 조현에게 망신을 줄 궁리만 하였다. 하지만 조현는 진무의 어떤 놀림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체력 회복을 위해 기력을 다 소모한 탓에 그만 쭈그려 앉아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럼 그렇지. 내가 이 사람한테 뭐를 기대해. 하루아침에 찌질이가 왕자로 변할 수는 없지! "야야 저기 봐봐! 갑자기 이렇게 많은 외제차들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 갑자기 또 나타난 외제차 들을 본 사람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삽 시에 몇 대의 외제차에게로 주목되었다. 마이바흐 한 대, 롤스로이스 두 대, 심지어 부가티 베이론에 람보르기니까지! 처음 본 관경에 사방 곳곳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좀 전에 진무 무리들의 차보다 비해 훨씬 비싼 차들이었으니까! 길 옆에 가지런히 멈춰 세운 차 안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조현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낯선 얼굴들인거 봐서 아마도 현지인이 아닌듯 싶다. "이 스쿠터 얼마인가요?" 그 들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어 조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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