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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그리아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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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하그리아 왕국의 왕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정암투와 정극을 그린 시리즈 물입니다. 배경은 아나톨리아 반도의 대체역사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페르시아어, 아랍어에서 유래된 이름이 많습니다. 광범위한 세계관과 진지한 궁중암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미르셀라, 소흐랍, 스피타만, 이사야, 아이라만, 샤흐라자드, 이스카, 타흐마탄, 아르샨, 파리사티스, 누르자한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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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그리아 왕국 1
목차 1.미르셀라 2.소흐랍 3.이사야 4.타흐마탄 5.아이라만 6.샤흐라자드 1. 미르셀라 _ 동토의 땅은 얼어있다.  북부인들의 땅, 이방인들의 땅, 정령들의 땅, 마술의 땅. 가정의 신 끼끼모라가 어린아이들을 보살펴주고, 물의 정령 루살까가 장난을 친다. 아이들은 양모로 저고리를 만들어 입고, 가축에게 먹이를 준다.  영원한 북쪽, 이방인들의 땅. 서쪽 땅에서 자라온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겨울, 나는 이곳에서 영원한 이방인이다. 이방인들의 신은 만신전에, 나의 신은 예배당에 계신다. 이방인들은 거칠고, 야만적이고, 광신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이니, 어찌할 수 없이 정을 붙여야겠지. _ 만신전의 종이 울렸다.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에 새들이 포르륵 날아갔다. 햇빛이 부서지며 내리쬐었지만 미르셀라는 바깥 풍경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읽던 책에 시선을 고정했지만 -공상에 빠져있어서- 다음장으로 넘기질 못했다. 여름의 햇살은 따사롭지만 북부의 햇빛은 그녀의 고향에 비해 턱없이 어둡고 적막했다. 미르셀라의 고향은 뜨거운 모래사장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서부였다. 건물은 상아빛 벽돌과 비둘기색 지붕으로 이어져있고, 남부만큼 더운건 아니지만 따뜻한 계절이었다. 사람들의 피부는 건강한 연갈색에 머리카락은 곱슬거리는 갈색이나 검은색이다. 매년 진주와 산호, 소금을 왕도에 바쳤다. 축제는 항상 춤과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밝고 쾌활했다. 미르셀라는 북부 속령에 살게된지 2년째지만, 항상 고향인 서부가 그리웠다. 북부인들은 아무리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에 옅은 빛깔의 머리카락은 흡사 동토의 유령같았다. 북부는 하그리아에 복속된지 10년도 안된 땅이었다. 일신교를 믿지않고 토착정령이나 수호신을 섬겼다. 만신전이 있고 신도 숫자보다 더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서부 속령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르셀라는 북부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여왕폐하께 복속된지 10년도 안된 땅이다보니 이방인들이 세운 성읍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방인들의 신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1년 중 대부분이 춥고 눈이 내리며 여름은 짧다. 집들은 만신전의 석상들처럼 알록달록하다. 백성들은 고래, 바다표범, 청어를 먹으며 식탁엔 소금기 없는 요리가 올라왔다. 똑똑 문이 열리고 시녀가 들어왔다. 미르셀라는 현실에 돌아오기 위해 잡념을 떨치기 시작했다. 잡생각을 많이 하는 미르셀라를 부모님은 항상 꾸짖었다. 아랫것들이 무시할수 있으니 서부총독의 외동딸로서 똑부러지게 행동하라고, 게다가 너는 장차 하그리아 왕국의 왕비가 될 몸이니 처신을 잘해야 한다면서- "미르셀라 아가씨, 소흐랍 총독 각하와 아침식사를 하셔야 하니 채비를 갖추시지요." 말을 마친 시녀가 손짓을 하자 문 뒤에서 여종 3명이 들어왔다. 각각 옷, 신발, 장신구와 빗을 받쳐들고 왔다. 4명의 여성들은 미르셀라를 치장하기 시작했다. 잠옷을 벗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빗겼다. 미르셀라는 말없이 시중을 받았다. 읽다가 만 책은 시녀가 손에서 낚아채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미르셀라의 시녀 시모나는 미르셀라의 부모님이 직접 딸려보낸 소녀였다. 미르셀라와 동갑인 18살이지만 깐깐하고 빠릿빠릿했다. 여종들이 조금만 굼뜨게 행동하면 바로 호되게 야단을 치거나 채찍질을 했다. 여종들은 주인님인 미르셀라 아가씨보다 상관인 시모나를 더 무서워했다. 옷을 갈아입히고 빗질하는 손길이 끝나자 시중을 받으며 문 밖으로 나아갔다. 복도를 거니는 동안 사방은 고요했다. 그럴수밖에 미르셀라의 시아버지가 될 소흐랍 총독은 시모나 따위와 비교도 안될만큼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그는 조용한걸 좋아했다. 2. 소흐랍 _ 조각상처럼 근사한 사내가 있다.  그는 신의 현현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탐했고, 그는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범해졌다. 나이가 들어 상당한 지위를 얻게 되자.  그는 자신을 욕보인 자들을 벌했다. 그의 삶은 차갑고, 얼음장 같았다.  사람들은 그를 꽤 두려워하지만, 사실 탐닉적인 눈으로 몰래 훔쳐볼 뿐이다. _ 하그리아 왕국 북부속령 벨리오사의 총독이자 북부함대 제독이신 소흐랍 각하께선 나라에서 가장 독보적인 분이시다. 천한 노예 신분에서 왕국의 총독이자 제독이라는 고위관직에 오르셨으니, 얼마나 입지전적인 분인지는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분에겐 세상 누구보다 애지중지 하는 아드님이 계신다. 샤흐라자드 여왕폐하와 사이에서 스피타만 왕자전하를 얻게 된 것이 소흐랍 각하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드님에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왕관을 씌워드리는 것이 아비로서 해줄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보물같은 아드님은 올해로 14살이 되셨다. 14살의 스피타만은 강력한 왕국에서 왕위를 물려받을 유력한 왕자지만, 14살의 소흐랍은 지긋지긋한 노예 신분이었다. 왕국에 가장 천한 신분인 그의 모친은 아들에게 자신과 같은 비참한 신분을 물려주었다. 이 시절 소흐랍은 자신의 수려한 용모를 혐오했었다. 노예 자식이 얼굴만 반반하면 험한 일 당하기 십상이었다. 소흐랍은 평생 진흙탕에서 구르며 때묻은 채로 살게 될 줄만 알았다. 포주들에게 혼나고 술주정뱅이들에게 겁간당하다가 인생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란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였다. 잘난 외모 하나덕에 팔자를 뜯어고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폭정을 일삼던 선대를 몰아내고 즉위한 샤흐라자드 여왕폐하께선 대다수 권력자들이 그렇듯이 미남들을 끼고 사셨다. 외모가 반반한 신하들, 군인들이 폐하의 승은을 입고 궁정에서 출세하기 시작했다. 용모가 딸리는 신하들은 출세를 위해서 반반하고 잘생긴 남자들을 찾아다녔다. 왕궁의 시종들은 폐하의 눈에 찰만한 미남자를 찾느라 혈안이었다. 소흐랍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쟁자가 될 남자들을 모조리 제끼고 폐하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자신을 잘생기게 낳아준 생모에게 처음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스피타만 왕자가 태어나자 소흐랍은 궁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올랐다. 천한 태생이었지만 눈치가 빨랐던 소흐랍은 궁정 사회도 자기가 살던 곳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에 띄고 잘난 놈은 곧 다른 놈들에게 공격당하기 쉽단 것이다. 자신을 닮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스피타만 왕자는 궁정의 흉괴들에겐 견제의 대상이었다. 교교한 것이 죄라면 죄였다. 여왕폐하께서 북부속령의 총독 겸 북부함대 제독이라는 고위관작을 내려주셨다. 또한 이제 8살이 된 스피타만 왕자에게 왕도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싶으니 총독이 동행하여 북부로 가라는 칙령서도 함께 하사하셨다. 미성년 왕자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궁정에서 살았고, 왕자들의 교육은 궁정학자들이 책임졌으며 왕도 밖에서 경험을 쌓는 건 16살 성인이 된 후부터다. 소흐랍 부자를 일찍 왕도 밖으로 쫒아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처사였다. 그즈음 폐하에 곁엔 젊은 남자 하나가 달라붙어 있었다. 분명 그놈이 배갯머리에서 폐하께 속살거렸을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분을 참을 수가 없다. 북쪽 변방에 처박혀 눈이나 맞으며 살다가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궁정학자들 보다 더 똑똑한 대학 교수들을 초빙해서 스피타만의 가정교사로 붙여놨다. 서부속령 총독의 외동딸과 약혼시켜 스피타만의 입지를 단단히 하였다. 내 고귀한 아드님을 반드시 왕으로 만들어서 궁정의 발직한 것들을 모조리 찢어발길 것이다! 식사실에 앉아있던 소흐랍은 미르셀라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가여운 예비 며느리는 식사 자리에서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앉아있었다. 그건 식사시중을 드는 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소흐랍 각하께선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미중년이지만 너무너무 무서웠다. 특히나 저렇게 독기 어린 표정으로 한마디도 안할 때가 가장 무서웠다. 미르셀라는 음식을 집어 먹는 것 조차도 손이 발발 떨렸다.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도 힘들었다. 시아버님의 눈동자는 새파랗게 날이든 칼날 같았다. 시아버님의 두눈은 서릿발보다 더 차가웠다. 궁정에 계시는 왕자비 마마들보다 시아버님이 더 무서운 것 같다. 미르셀라는 빨리 식사시간이 끝나길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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