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수행을 끝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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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이 살고 있는 집은 강지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이는 10년 전의 매물로서 매우 낡고 초라해 보였다. 청운시 장 씨 가족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집에 돌아가자 임혁의 장인 장수봉과 장모 노혜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소파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허!" 노혜연은 냉소하며 말했다. "임혁, 네가 이 집에 들어올 낯이나 있니?" "오늘 결혼식 일, 다 들었어. 임혁, 너 정말 재수 없는 자식이군!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 노혜연은 일어나서 호통을 쳤다. "됐어, 엄마, 그만해. 임혁 씨 탓 아니야. 큰아버지 댁은 우리를 도울 마음이 전혀 없어." 민경이 대답했다. 혜연은 이 말을 듣자 더욱 화가 나서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멍청한 우리 딸, 왜 아직도 쟤를 도와서 말을 하니? 이 정도면 그도 널 충분히 해쳤어! 쟤만 아니었으면 너도 지금처럼 이런 고생을 안 당할 거 아니야? 넌 재벌에 시집갔어야 할 몸이었다고!" "엄마, 왜 자꾸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건데? 자기 자신을 믿으면 안 돼?" 민경은 대답했다. "자신을 믿어? 그래, 너 말 잘했다." 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장수봉을 바라보았다. "당신 딸이 당신을 위해 뛰어다니며 고생하고 억울함을 당하는데, 당신은? 뭐 할 수 있는데요?" 수봉은 한숨을 쉬며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임혁은 이런 집안의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묵묵히 부엌으로 갔다. …… "식사하세요." 임혁은 음식을 만든 뒤 그릇과 젓가락을 차려놓았다. 온 가족은 식탁을 에워싸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지연이가 한 말, 자네도 들었겠지……" 혜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임혁을 바라보았다. "엄마!" 민경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억지 때문에 임혁 씨와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왜? 설마 이 사람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혜연은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너희 아버지 공장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공인들의 돈은 몇 달 동안 체불한 상황인데다 파산 위기까지 왔어. 온 가족이 그때 가서 뭐 먹고 살라는 거야?" "그리고 일이 이렇게 간단한 줄 알아? 임혁이 지연 부부한테 미움을 산 데다 해진이까지 때렸으니, 그들은 분명 우리 집안한테 화풀이 할 거야! 이혼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구! 더 이상 이 쓰레기한테 연루되지 마!" 혜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 민경은 입술을 깨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혜연은 더욱 엄숙하게 말했다. "장수봉, 당신은 왜 아직도 거기 멍하니 앉아만 있어요? 딸 좀 말려봐요!" 수봉은 어쩔 수 없는 표정을 하며 계속 침묵을 지켰다. 임혁은 밥 한 그릇을 먹고 젓가락을 치운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다리를 용처럼 꼬며 침대에 앉았다. 앉아서 조용히 수행하는 것은 그가 십여 년 동안 길러온 습관이었다. 바깥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그의 마음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물법이었다. 자신을 한 그릇의 먼지도 때도 없는 맑은 물처럼 명상하며 번잡한 세상 속에 하나의 작은 먼지가 결국 침전하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15분 후. 임혁은 갑자기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인 검은 조약돌을 손에 끼웠다. 두 손가락은 떨기 시작하면서 삽시에 조약돌은 가루가 되어 그의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내력이 됐어." 임혁은 중얼거리며 눈빛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내력이 수성 되는 날이 진정한 용부의 계승자가 되는 거라고 사부님께서는 일찍이 말씀하셨다. "그때에야 비로소 수행을 끝내며 옥패를 가지고 제경 남 씨 집안사람을 찾으면 고약, 돈, 사람들을 임의로 호출할 수 있다네. 무도의 길은 끝이 없다네. 내력을 쌓아야 무림계의 사람들과 접촉하여 더 높은 조예를 탐구하고 명성의 정점을 추구할 수 있다네." "용부의 적이 워낙 많으니, 그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폭로해서는 안 된다네. 그렇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생길 수 있소!" "내력이 응결되어 마침내 수성 됐어." 임혁은 손에 청록색 옥패를 쥐며 두 눈은 밝은 빛을 뿜어냈다. …… 다음날. 임혁이 강지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마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그의 앞길을 막았다. "꼭 내가 직접 나서야 지 씨 집안의 일에 대해 생각할 거야?" 차에서 짙은 파란색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내려와 무표정한 얼굴로 임혁을 바라보았다. 중년 남자는 우뚝 솟은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밝은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매우 위엄이 있었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의 얼굴 윤곽은 뜻밖에도 임혁과 약간 닮았다. "허, 당신이 직접 저를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 임혁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십여 년 지났어도 그는 여전히 이 눈앞의 남자, 그의 생부인 지덕훈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나는 네가 나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건 괜찮아. 하지만, 너는 네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 지덕훈이 물었다. 임혁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지씨 가족 중, 오직 할아버지만 그에게 잘해 주셨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자상한 얼굴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디 가서 얘기나 한 번 하자." …… …… 20분 후, 청운 호텔, 26층. 커다란 회의실 안에는 그저 덕훈과 임혁 두 사람만 마주 앉아 있었다. "너희 할아버지는 2년 동안 병에 앓으면서 요즘 몸이 점점 안 좋아지셨어. 병상에서도 계속 너를 찾아오라고 잔소리만 하셔." 덕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큰아버지하고 셋째 삼촌은 딸만 둘인데다 지금 모두 시집갔어. 지금 지 씨네 후대는 너 하나뿐이야." "지 씨네 유일한 혈맥이라고요……" 임혁은 자신을 비웃는 듯 말했다. "그래서, 저를 당신이 가족 재산을 쟁탈하는 히든카드로 삼으려고요?" "네가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어." 덕훈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 제경 지 씨처럼 이렇게 큰 집안은 가문이 무수히 많아. 가족 규정에 따르면 가주가 세상을 떠난 후 3대 이내로 후계자가 없다면 다른 한 맥의 가문을 선택하여 가주를 바뀌어야 해. 그때 가면 우리 가문이 지 씨 집안 주인 될 차례가 못 돼!" "그건 또 저와 무슨 상관이죠?" 임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 할아버지가 병이 위중한 이 몇 년 동안, 셋째랑 다섯째는 이미 가족의 권력을 쟁탈하기 위해 손을 쓰고 있어. 너 설마 자신의 쓸데없는 억지 때문에 네 할아버지가 평생 쌓은 기업을 남에게 빼앗기고 안심하게 떠나게 하고 싶지 않니?" 덕훈은 한심해하며 그에게 질문했다. 임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는 덕훈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권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금의 감정도 용납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 할아버지가 병이 위중하지 않았다면, 지 씨네 집안에서의 그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그 잘난 제경 지 씨 집안의 둘째 아들이 어떻게 몸을 굽히며 청원시로 자신을 찾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 "임혁아, 설마 평생 이렇게 억울하게 이 작은 장 씨네 집에 있으면서 모욕을 당하고 싶은 거야?" 덕훈은 천천히 말했다. 그는 임혁을 찾은 후 임혁의 처지를 조사한 것이 분명했다. "어제 장 씨네 집안 결혼식에서 이렇게 큰 모욕을 당했는데도 반항할 실력이 하나도 없었으니." 덕훈이 계속 말했다. "자신이 직접 권력을 장악하고 싶지 않아?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하기만 하면 장 씨네 집안 모든 사람들이 네 발밑에서 무릎을 꿇게 할 수도 있어." 덕훈은 차근차근 조건으로 그를 유혹하며 말했다. 임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덕훈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넌 아직 너무 젊어. 일시적인 충동으로 후반생 부귀영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망치지 말라는 거야. 너는 권세가 가져다준 기분을 전혀 맛보지 못했어. 네가 직접 장 씨네 집 한 사람들을 모두 네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면 이것이 어떤 쾌감인지 알게 될 거야!" "나는 네가 마음속으로 나를 미워하는 것을 안다. 평생 나를 미워하며 네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아도 돼." 덕훈은 정색하여 말했다. "네가 해야 할 일은 지 씨네 집에 돌아가 네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리고 네가 지 씨네 집안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가져가서 네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는 것이야. 이거면 충분해." "이렇게 간단한 조건에 이렇게 쉽게 하늘에 오를 기회. 설마 이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게야?" 임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덕훈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내가 너희 모자에게 빚진 건 맞아. 하지만 만약 네가 그때 내 자리에 있었으면 너도 나처럼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야." "남자로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어! 유독 손에 쥐고 있는 권세를 잃을 수는 없다는 말이야!" "허……" 임혁은 고개를 저었다. 덕훈은 지금까지도 지난 일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그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긴, 그와 같은 사람은 감정이 없고 눈에는 그저 권세만 보였던 것이었다. "시간을 내서 할아버지 한 번 뵈러 갈게요. 하지만 지 씨 집안의 일은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임혁은 담담하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덕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임혁을 주시했다. "그래, 가봐. 조건은 내가 이미 말했어. 기다릴게. 네가 돌아와서 나한테 부탁할 거라고 믿어." 덕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여전히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임혁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임혁이 자신의 조건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2년 동안 데릴사위를 지낸 찌질이가 어떻게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지상적인 권력을 가질 기회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누가 출세하고 싶지 않겠는가? "허, 그럼 천천히 기다리세요." 임혁은 냉소하며 고개를 돌리지 않고 청운 호텔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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