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토요일 오전 비행기로 여행을 떠나시자, 시원은 시준과 함께 종로에 있는 낙원상가로 향했다. 그들은 세 살 터울이지만 서로의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만큼 친구 같은 우애가 있었고, 사이좋은 남매였다. 시준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늘 자상하게 대해주었던 누나를 따르고 아꼈다. 그랬던 누나가 고등학생이 된 뒤로 바빠지자 은근히 서운했었는데,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시준이다. “누나, 나도 기타 치는 법 가르쳐주면 안 돼?” “나도 잘은 못 쳐. 그냥 코드 익히고, 악보 사서 연주해보고 하는 정도야.” “그래도, 누나는 칠 줄 아니까 기타 사는 거잖아. 코드 그거. 누나가 가르쳐주라.” “알았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누나가 나온 김에 사줄게.” “음~ 이따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치킨 집에 가서 치킨 사 가자!” “그렇게 신나? 하하하~! 알았어.” 시원은 중학교 2학년 까까머리 동생의 들뜬 표정을 바라보며, 귀엽다는 듯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리곤 낙원 상가 이곳저곳을 발품 판 끝에 지난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진한 파랑 색상의 ‘컷 어웨이’ 모양 입문용 기타를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준이 먹어보고 싶다는 새로 생긴 치킨 가게에서 치킨을 포장해가려고 줄을 서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아는 척을 한다. “선배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 지희? 너는 여기에 어쩐 일이야?” “여기 저희 부모님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