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모여 인원을 체크하고 기차를 타러 가는 길. 한가득 머리에 짐을 이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를 본 시원은 달려가 짐을 들어드렸고, 다른 아이들도 서둘러 할머니께 다가가 도와드렸다. 시원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친구들과 강촌으로 여행을 갈 때면 늘 타곤 했던 ‘통일호 기차’를 다시 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더욱이 지난날과 똑같이 진선이 자신의 옆 좌석에 앉자, 그리웠던 날들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언니는 왜 혼자야? 승주 선배는?” “승주도 원래는 오려고 했었는데, 어머니한테 잡혔다나 봐. 학원에서 계속 실기 준비하느라 못 온다고 하더라고.” “아... 어머니가 엄하신가 보네?” “조금... 너는 어떻게 오게 된 거야?” “사실은 교회의 여름 성경 학교 기간이랑 겹쳤는데, 나는 농활 오려고 거기 안 갔어.” “대부분 2학년들뿐이라 친구도 없고, 불편할 텐데.. 괜찮겠어?” “응, 대신 언니가 있잖아.” “그래, 5일 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가자.” 시원은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진선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고는 함께 미소 지어주었다. -- 충북 영동의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 스무 명의 학생들은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는 조’와 ‘하우스 밭에서 고추를 수확하는 조’로 팀으로 나눠, 각자 ‘이장님 댁’과 ‘마을회관’에서 묵으며, 맡은 바 일들을 성실히 해나갔다. 어른들은 한창 공부만 해도 바쁠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마을을 돕겠다며 성심껏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