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마지막 날. 시원은 점심시간에 승주로부터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창천 야외극장에서 저녁 8시에 영화 ‘첨밀밀’을 무료로 상영해준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는, 야자 시간 옆자리에 앉은 진선에게 중간에 빠져나가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다. 오늘의 야자감독은 깐깐하기로 유명한 물리 선생님이었지만, 이미 승주와도 영화를 보자며 빠지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물리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에서 ‘꼭지’란 별명으로 불렸는데, 별것 아닌 문제로도 아이들에게 트집을 잡아 엄청난 잔소리와 체벌을 주는 것으로 유명했던지라, 학생들은 ‘꼭 와서 지랄한다’는 은어를 줄여 그녀를 ‘꼭지 선생’이라 불렀다. “언니, 오늘 야자감독 꼭지야. 걸리면 어떻게 해?” “너 여명 좋아한다며? 첨밀밀, 극장에서 개봉한 지 두 달밖에 안된 거라 비디오로 나올 때 까지 기다리려면 꽤 오래 걸릴 텐데... K 대학 축제 기간이라 특별히 야외에 스크린 걸어서 상영해주는 건데 그냥 보러 가자. 까짓, 걸리면 혼나고 말지 뭐.” 진선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가자고 조르는 시원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가방을 싸 들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 창천 극장은 테니스 코트와 야외무대가 함께 설치 된 야외극장으로, 대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대학교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할 때 종종 사용되곤 했던 야외강당 같은 장소였다. 축제의 마지막 날 마지막 행사라 그런지 극장 여기저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15세 관람 가능 등급인지라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군데군데 보였다. 승주와 반 친구들 몇 명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