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태양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며 어두운 주홍빛이 푸른빛과 어우러져 우주를 감싸 안았다. 토르는 리스왕자, 오코너, 엘덴과 함께 미개의 왕국 와일즈의 숲으로 연결되는 좁은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토르는 안절부절 못했다. 막사에 남은 명장을 뒤로하고 이젠 토르와 그의 일행들만이 길을 나서고 있었다. 그간의 다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네 소년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한 존재였다. 에레크 명장이 함께 있어주지 못하기에 이들은 더욱 똘똘 뭉쳐야 했다. 막사에서 길을 나서기 전에 에레크 명장은 기지에서 머무르며 토르 일행이 위험에 처하면 즉시 달려가겠다고 약속하며 부대원들을 안심시켰다. 덕분에 마음이 약간 놓인 건 사실이었다. 숲 속의 길이 좁아졌다. 이국적인 풍경에 주위를 둘러보니 숲의 바닥에는 가시와 정체 모를 과일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매우 오래된 듯한 나뭇가지들은 구불구불하게 굽어 서로 연결돼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서로 붙어있어 앞으로 가기 위해선 종종 몸을 수그려야 했다. 나무에는 나뭇잎 대신 가시가 박혀있었고 사방이 가시 박힌 나무들로 가득했다. 노란 덩굴이 나뭇가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덩굴에 손을 뻗어 걷어내는 순간 토르는 덩굴이 아니라 뱀을 만졌다는 걸 깨달았다. 토르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쳐 간신히 뱀의 공격을 피했다. 토르는 일행들이 자신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여겼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두가 마찬가지로 겁을 잔뜩 먹은 채로 토르의 행동을 이해했다. 낯선 짐승들의 알 수 없는 소리가 토르 일행을 에워쌌다. 아주 멀리에서부터 울려 퍼지기도 했고 어떤 소리는 매우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