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로운 일상이 하나 둘 쌓여 그 날의 장이 덮이고, 어디에 어느 페이지 인지도 까먹어 넘길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쯤. 그 페이지를 다시 찾으려면 365장을 세 번은 넘겨야 했을 거였다. 그런데 누가 표시라도 해 놓은 것인지 만난다는 얘기에 순식간에 찾았다. 새 페이지에 우리의 만남이 끄적여졌다. 마치 소설처럼. 회의실이라고 했다.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이 반가웠다. 급히 화장실로 방향을 틀어 칸으로 들어가 앉았다. "하... 긴장된다." 화장실 칸에 앉아서 괜히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만났을 경우를 대비한 연습이었다. 엉덩이를 까고 앉은 변기가 변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긴장감이었다. 기억할까? 걱정이었다. 차라리 잊었으면 좋았다. 근데 나는 그걸 우째 잊으리오. 내 우상과의 데이트를!! 그렇지만 너는 잊을 수 있다. 너는! 나 바보구나... 방송 짬밥에 그동안 사람 성향 분석하며 글을 쓴 지가 10년이었다. 장면 하나하나 기억이 나는데, 그 속에서 만난 햄릿은, 그는 분명 아는 척을 숨길 수 없다. 회의실에 들어와 앉아서 마케팅이니 뭐니 하는 부서 사람들이 하나 둘 수첩을 들고, 노트북을 들고 들어와 앉았다. 차를 줬는데 무슨 차인지 맛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정신이 나간 상태였고, 빈 일곱 자리만 계속 신경 쓰였다. 그냥 저 자리가 다른 사람이 앉을자리라서 비워둔 것이라 믿고 싶었던 그 찰나, 숨 막히는 내 아이돌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에 남아있던 이성마저 호로록 날아가 버린 기분. 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