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한 남자는 흰색에 세로줄 무늬, 투 버튼 린넨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곱슬머리에 짙은 눈썹, 쌍까풀이 진 눈, 두꺼운 다크서클, 두꺼운 코와 갈매기 선을 그리는 입술. 입술만 빼면 얼굴선이 전반적으로 모두 두꺼웠는데,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몸집은 아니었다. 거구에다가 거북 등처럼 넓게 배가 불거져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빨강 라운드 면티에 양복을 대충 걸친 백구십 미터가 넘는 삼십 대 초반 남자였다. 역삼각형 근육질이었다. 흠이라면 광대뼈가 각시탈처럼 튀어나오고, 그가 비호하는 줄무늬 양복 사장에 비해 이마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두껍고 새까만 머리카락 가죽이 번데기 같은 이마 눈썹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고슴도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했다. 그 남자가 세리의 어깨를 단단히 짓누르고 있었다. 그들 너머는 굵은 대 장미들이 인공으로 만든 화단에 일렬로 심어져 있었다. 세리가 은솔을 먼저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는 듯. “의사 선생님이 오셨네. 내가 기다리던 의사 선생님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많이 늦게 오셨소.” 줄무늬 양복 남자가 말했다. 그의 손에는 전정 가위가 들려 있었다. 전정 가위가 천장의 식물용 조명 아래서 시퍼렇게 빛을 뿜었다. “당신이 세리 아빠라는 분이군요. 세리를 어떻게 하려는 거였어요?” 그녀는 또각또각 카펫을 가로질러 계단 앞에 멈춰 섰다. “그건 당신한테 물어보고 결정해야겠는데?” 조금 전까지 장미를 다듬었는지, 남자가 전정 가위를 탁자에 놔두며 대답했다. 그 옆에는 유리병이 하나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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