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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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바람이 분다. 여자의 라면 발 같은 머리카락이 쫄깃한 면발처럼 흔들린다. 라면 발 같은 머리카락 끝에서는 로열젤리향이 실려 온다. 군침이 돈다. 나는 사랑이 고프다. 다시 바람이 분다. 흰색 점퍼 아래, 여자의 시폰 치맛자락이 말려 올라간다. 또각또각,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우유 빛 종아리가 두근두근, 가슴을 두방망이질 친다. 어둠 속에 웅크린 흰색 재규어처럼 생긴 세단에서 내린 여자가 칙칙한 사 층짜리 건물 입구로 향한다. 짙은 어스름을 뒤집어쓴 건물이 하얀 여자를 목구멍으로 내려 삼킨다. 지하로 내려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얀 여자를 삼켜버린 야속한 건물의 아가리를 응시해본다. 연지가 분명하다. 너도 거리를 헤매고, 나도 거리를 헤매고 있었구나. 너나 나나 비슷한 고달픈 청춘이다. 너와 나는 한 동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가 더 그리웠던 걸까. 아니다. 넌 너 자체로 너무 섹시하지만 귀여워. 그러고도 설명 못할 네 아우라에 현기증이 나. 일주일 내내 연지를 다시 만나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소운동장에서 훈련 중에 연지를 똑 닮은 여학생 하나가 하얀 고가 랩톱과 분홍색 파일을 껴안고 지나갔다. “여남주 집중 집중! 지금이 몇 번째야, 이리 온다.” 여학생이 지나가는 걸 뻔히 바라보다가 정신을 집중하지 못해 단장에게 얼차려를 당했다. 선진병영문화 영향 탓에 금지지만 얼차려가 암암리에 남아 있거나, 후배 혼쭐을 내는 선배는 늘 있다. 여대지만 학군사관 ‘군기’ 하나만큼은 남녀 공학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대이면서도 전국 대학 아르오티시 군사훈련 평가에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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