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아 부엌으로 들어가니 에코가 의자에 웅크린 채 감자칩을 먹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완전히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너무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에코에게서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걱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행복함뿐이었다. 에코는 음식을 아주 좋아했다. 그런 에코에게 나는 온갖 종류의 음식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에코, 다 끝났어." 나는 에코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화를 냈어요.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몰랐어요. 이제 뭐 좀 먹었더니 괜찮아졌어요." 에코가 미소 지었다. "다행이네. 네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을지 생각도 못했어. 조금 화낼 만도 했어." 나는 에코와 함께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에코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는데, 나는 그만큼 고마워하지 않았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에코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나는 에코에게 더 좋은 주인이 되어야 했다. "안 좋은 소식이죠?" 에코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수도 있어.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내일 의회 의원 한 명이 더 올 거야. 바로 너의 시조, 마리우스 아코니툼이지. 네 가문의 뱀파이어 말이야." 나는 에코에게 말하면서 에코의 표정을 살폈다. "나쁜 분인가요? 의회는 인간과 뱀파이어를 돕는 곳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여기 머물도록 허락해 주실까요? 왜 저한테 먼저 말씀 안 하고 그분께 먼저 말씀드린 거예요?" 에코가 물었다. "그래야 했어. 그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뱀파이어 중 한 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