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조현이 다쳐서 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본 미연은 진무를 애써 막아보려고 했지만 눈 돌아간 자의 힘에 속수무책 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미연은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야 이 개자식아. 무릎 꿇으라고!"
진무는 조현의 목덜미를 잡고 부릅뜬 눈으로 조현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진무가 본 눈은 좀 전에 흐리멍덩하고 생기가 없는 눈과는 전혀 다른 눈이었다. 조현의 눈빛은 마치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강렬했고 진무는 그 눈빛에 눌려 손목의 힘이 풀리면서 뒷걸음쳤다.
"제 와이프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세요."
조현은 덤덤하게 진무에게 말했다.
조현의 얘기가 끝나고 방안의 분위기는 삽 시에 정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찰나의 정적을 깨트린 것이 있었으니.
"하하하하!"
바로 진무의 웃음소리였다.
뭐가 그렇게도 웃긴것인지 진무는 배까지 잡으면서 깔깔 웃어댔다.
"아까 머리를 부딪쳐서 어디가 잘못된 거 아니지?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알고 있냐고? 하하하하 이모님, 빨리 이쪽으로 와 보세요. 이 자식이 지금 나더라 자기 와이프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잖아요."
펑!
바로 그때, 조현이 한 손으로 진무의 목을 잡으면서 천천히 위로 올렸다.
순식간 조현에게 제압 당한 진무는 찍 소리도 못하고 공중에서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그렸다.
사지를 헤매고 있는 진무를 바라보면서 조현의 얼굴은 달리 표정이 없었다. 조현은 손에 힘을 더 가했다. 그러자 진무의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동공도 점점 풀려갔다.
"지금 그 손을 당장 놓지못해?"
이미숙은 진무를 죽이려는 조현을 말리면서 말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안 그러면 이자는 오늘 내 손안에 죽을 것입니다."
조현은 큰소리로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이미숙으로 저지했다.
조현의 낯선 살기에 이미숙은 온몸이 벌벌 떨렸다.
"조현씨, 그만 두세요!"
미연은 조현을 향해 소리쳤다. 조현이 자신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 질을까 봐 겁이 나, 미연은 얼른 조현 앞으로 다가가 그가 진무를 죽이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자신을 다그치는 미연에 목소리에 조현은 그제야 서서히 손의 힘을 풀었다.
드디여 풀려난 진무는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럽게 기침을 해대며 소리쳤다.
"감히 나를 죽이려고 해? 네가 겁대가리가 상실했구나..."
갑작스러운 조현의 눈빛에 진무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찌질한 자식이 왜 갑자기 힘이 이렇게 세진 거지?
"진무야. 그만하렴.지금 이 자식이 제대로 미쳤어!"
설령 일이 더 커질까 두려운 이미숙은 얼른 진무를 말렸다.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돌려 조현에게 말했다.
"조현, 내가 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우리 딸이랑 계속 살고 싶으면 우선 나에게 너의 능력을 증명해 봐."
"어떻게 증명할가요?"
이미숙의 말에 조현이 덤덤하게 대꾸하였다.
"네도 알다시피 진무의 능력이 네 위라는걸. 나도 네를 힘들게 하고 싶지가 않구나.음... 네가 지금 장터에서 머리끈 장사를 하고 있지?"
"이렇게 하지. 네와 진무가 경쟁을 하는 거야. 내일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장사를 해서 더 많이 버는 자가 내 딸을 차지하는 것이다."
"제가 왜 이 자식이랑 같이 장터 장사를 해야 하는 건데요?"
진무가 다시 말을 덧보태려고 하자 이미숙은 진무에게 눈치 주었다. 이미숙의 의도를 알아차린 진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하하. 그럼 그렇게 하시죠."
"이왕 하는 김에 한 가지 조항을 더 추가하는 게 어때? 내일 경쟁에서 지는 자는 미연이 곁에서 떠나야 할 뿐만 아니라 이긴 자의 신발까지 핥아주기. 어때? 할 수 있겠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미연은 자신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엄마와 진무의 행동에 엄청 화가났다.
"지금 저더러 당신들의 전리품이라도 되라는 소리인가요?왜 제멋대로..."
"그래. 그렇게 하지!"
조현이 미연에 말을 가로챘다.
"하하하. 그럼 내일 보도록.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잘 기억해서 나중에 꼭 갚아주도록 하지!"
진무는 자신의 덫에 빠진 조현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으며 나갔다. 진무가 나가자 이미숙도 그의 뒤를 따라서 집을 나섰다.
"당신 지금 미친 거 아니죠? 딱 봐도 트릭인데 무턱대고 약속을 하면 어떻게요?"
미연은 무턱대고 약속을 한 남편이 너무 밉고 화가 났다. 말로는 공평한 경쟁이겠지만 진무가 어떤 놈인데... 사람을 찾으다가 자신의 물건을 잔뜩 사게 하면 되는 것을. 그런 놈을 조현이 지금 무슨 수로 이기겠다는 말인가?
심지어 바보도 아는 사실인데...
미연에 말에 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연은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화장품이며 액세서리며 할 것 없이 돈이 되는 물건을 죄다 가방에 담아와서 조현에게 건넸다.
"내가 가진 물건 중엔 돈이 되는 거라고는 이것들 뿐이니 내일 장터에 가서 팔아봐요. 나머지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조현은 미연에 행동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직 당신의 마음속에는 내가 있나 봅니다.
"걱정 마세요. 앞으로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을 다치게 하는 이는 없이니..."
조현은 미연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고선 안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홀로 남은 미연은 조현의 말을 한참을 곱씹었다.
조현이 자신의 곁에 있는 한 그 누구도 자신을 다치게 하지 못하게 하겠다니...
이 말을 들은 순간 미연은 왠지 모를 든든함과 편안함에 처음으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는 머리를 저으며 허탈한 웃을지었다. 결혼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조현이 어떤 사람인지 미연은 모를 리가 없다.
그냥 해본 소리겠지...
늦은 밤.
창가에 선 조현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잠 못 드는 밤, 그는 늘 이렇게 혼자서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현재의 그는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도 조현의 눈동자 앞에서는 빛을 잃은 것 마냥 미미해 보였다.
그의 몸에서는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고 위한 살기가 가득했다.
그렇다. 그가 돌아온 것이다!
멀지 않은 빌딩 위, 검은 타이즈를 입은 여인이 조현의 특별한 기운을 감지하고 기뻐했다.
군주가 드디어 돌아왔어!
얼음 같던 천영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기쁨으로 가득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군주와의 함께 했었던 지난 나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전장에 나가서 빼어난 무예실력을 뽐내며 첫 승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 뒤론, 조현은 십만현자군을 거느리고 전국 곳곳을 누볐으며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피바다로 변모해 버렸다.
전장에 나섰다면 무조건 승리를 거머쥐었으니. 그런 그의 앞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으며 7대제후의 군주로격상되어 책봉되었다.
군주로 책봉되던 날 조현은 겨우 스무 살의 생일을 맞이하였다. 이는 실로 놀라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타 제후들 중 제일 어린 나이로 보위에 올랐을 때가 반백살이 지난 나이였으니!
슉-
투명한 화살이 빠른 속도로 구름을 가르고 지나가더니 마른 하늘에 갑자기 번개가 번쩍였다.
이 와동시에 구름이 일렁이고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군주의 명령이다! 모두 무릎을 꿇고 명을 받들라!
불빛 번쩍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현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이따금 다시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천영의 성격은 여전히 급하구나. 나의 기억이 돌아온 것을 눈치채자마자 바로 자신의 수하를 불러 모으고 있으니.
다행히 이 화살의 의미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수하들뿐이었다. 자신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소식이 새어나간 날에는 또다시 피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나, 조현, 7대제후의 군주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