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00만 달러 보냈어, 선택은 스스로 해

2857 Words
호텔 스위트룸 안은 어둡고 빛이 스며들지 않았다. 구석에 놓인 스탠드 하나만이 희미한 불빛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 곳에는 남여 한 쌍이 있었으며, 여자는 남자 아래 웅크린 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녀는 마치 비에 흠뻑 젖은 작은 고양이처럼 몸을 떨었다. "유 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유정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묻어났다. 그녀가 울면 울수록 남자의 마음속에 숨겨진 짐승 같은 욕망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현우는 무심한 손길로 그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늦었어." 그는 거칠게 그녀의 옷을 찢어발기고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가는 손목을 묶었다. 그리고 뜨거운 키스를 폭풍우처럼 퍼부었다. 그 후... 그녀는 마치 삶의 희망을 다 잃었다는 듯 질끈 감는 것으로 이 악몽에서 벗어나려했다. …… 다음 날 아침, 유정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잠이 깼다.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그때 물소리가 멈추고, 현우가 목욕 가운을 걸친 채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짧은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날카로운 턱선을 지나 완벽한 복근 위로 흘러내렸다. 그는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휴대폰을 조작했고, 곧바로 유정은 은행에서 온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100만 달러 보냈어.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선택해." "감사합니다, 유 대표님."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옷을 아무렇게나 걸쳐 입어 벌어진 셔츠를 가렸다. 겉으로는 평온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최유정.' "오늘 일정은?" 현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네, 오늘 오전 9시 30분에 재무부장님과 회의가 있고, 12시에는 대사관의 조슈아 대사님과 비즈니스 오찬이 있습니다. 오후 3시에는 영국 지사와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저녁에는 회장님과 사모님께서 저녁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하지만 한 사장님과 민 사장님께서도 약속을 잡으셔서 아직 시간은 미정입니다." 그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했다. "9시 정각까지 출근해.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60도 핫 아메리카노, 에메랄드 농장의 게이샤 원두로 준비하겠습니다." 유정은 공손하게 대답하며 완벽한 비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대표님." 그녀는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현우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 라인과 하얗고 곧게 뻗은 다리, 그리고 침대 시트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붉은 얼룩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유정은 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온몸을 씻어내렸다. 그녀는 수건으로 온몸을 힘주어 문지르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얼굴 전체가 젖어 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8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슬퍼할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머리를 말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그녀가 작년에 새로 구입한 곳이었다. 열한 살 때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상당한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그녀는 그 돈을 쓰지 않고 유진 그룹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이 아파트의 계약금을 마련했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인 한국 대학교를 졸업한 유정은 뛰어난 성적과 스펙으로 유진 그룹에 입사했다. 그리고 단 1년 만에 평범한 행정부 직원에서 유현우의 개인 비서로 발탁되었다. 그는 재계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잘생기고 냉철하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었다. 사업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으로 유명해 수많은 기업들이 그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렸다. 하지만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도 올바르게 여성을 다루는 법은 알지 못했다. 과거 그의 침대에 수많은 여성들이 올라가려 했지만 모구 그를 내던져질 뿐어었다. 그 중 한 명은 심지어 옷까지 다 벗겨진 상태에서 그에게 직접 발로 차서 문 밖으로 쫓겨나 호텔 복도에 앉아 울었다. 그래서 유정이 그의 비서가 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녀의 미모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충분히 대담해일까? 이유는 그녀도 모른다. 단지 어느 날 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우연히 기사님을 기다리고 있는 유현우를 만났고, 그녀는 그에게 인사를 건냈다. "유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행정부의 최유정입니다." 현우는 그녀를 흘끗 보곤 마치 쓰레기 더미라도 본 것 처럼 혐오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유 대표님 개인 비서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굳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에는 이미 분노의 기색이 역력했기에 누가 봐도 거절의 의사가 분명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잘리기 싫으면 빨리 가.” 이때 보통 사람들은 그의 아우라에 놀라 도망갔다. 하지만 유정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다. 그녀는 입술을 핥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발 한 달이라도 저를 시험해 주세요. 만약 제가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그때 그의 롤스로이스가 다가왔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고,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가망이 없는 줄 알았던 유정이 바로 다음 날 현우의 비서로 자리를 옮길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일 출근하기 전 하루 일과를 줄줄 외울 정도로 그의 일정을 모두 외우고 있었고, 그가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면 사무실을 다시 정리해주었다. 또, 그가 불편에 하는 사람들은 잘 그녀 선에서 막아야했으며, 심지어 그의 친구가 그녀를 놀릴 때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대처하는 것도 그녀의 업무였다. 유영은 한 달 동안 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아마도 그도 그녀를 유능한 비서라고 생각했는지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니, 억울해 가슴은 쥐어뜯는 듯 아파왔다. 그녀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 서서히 계획을 세워 현우를 유혹하기로 했다. 그가 남이 자신의 몸에 손대는 걸 싫다는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다가와 그의 손을 무심코 만지고, 먼저 손을 뻗어 넥타이를 고쳐주고, 입가에 묻은 커피 얼룩을 닦아주었다. "최 비서는 내가 손이 없는줄 아시나 봐?” "아니요, 그저 대표님이 업무에 보다 집중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뿐입니다." 그녀는 악의가 전혀 없는 얼굴로 웃어보였다. 연애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유정이지만 최대한 오피스 와이프로 보이기 위해 최선을 했다. "최 비서는 내가 무섭지 않군. 내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거라 확신이라도 하나?” "네, 저는 대표님이 무섭지 않습니다.” 유영은 여자와 가깝게 지내지 않는 그가 자신에게 빠지게 할 능력이 없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그가 슬픈 표정 짓는 것이 보고 싶었기에 노력했다. 자신이 너무 순진하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채, 그런 사소한 복수심 때문에 유현우라는 무서운 남자를 건드리다니. 재빨리 화장을 한 후,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손바닥만한 작은 얼굴, 앵두같은 코, 반짝이는 큰 눈과 새하얀 피부. 그녀는 자신이 못생긴 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비교적 최근에야 바뀐 모습이었다. "최유정, 걔 너무 촌스럽고 못생겼어. 내가 걔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 했다. 때마침, 그 남자에게서 핸드폰 메시지가 왔다. 임도한: 오늘 집에 가서 저녁 먹을래? 엄마가 아줌마한테 너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라고 시켰대. 최유정: 응, 회사 마치고 갈게. 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는 회사로 갔다. 가는 길에, 그녀는 약국에 들러 피임약 한 상자를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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