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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빙의가 실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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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나는 이게 소설 속이나 만화 같은 데서 만 적용되는 줄 알았다.

설마 내가 흔한 클리셰처럼 빙의하게 될 줄이야. 인생은 역시 시발이었다.

지혁은 어느 날 '관심은 필요 없습니다!'라는 인소에 빙의하게 된다.

빙의한 인물은 소설에도 나온 족 없는 엑스트라. 지혁은 모든 클리셰를 부수고 현실 세계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었던 사대 천왕은 자꾸만 소설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원작의 주인수는 소설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과연 지혁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고등학교 입학까지 일주일. 절대 평범한 엑스트라로 살아남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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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빙의' 나는 이게 소설 속이나 만화 같은 데서 만 적용되는 줄 알았다. 설마 내가 흔한 클리셰처럼 빙의하게 될 줄이야. 인생은 역시 시발이었다. 그날은 진짜 평범했다. 진짜 진짜 평범했다고! 지혁은 평소와 같이 서늘한 바람에 검은색 후드집업을 챙겨 신발을 구겨 신고 나가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던 중이었다. 평소에도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즐겨 했기 때문에 자주 가던 공원이었다. 그런데 잠깐 눈이 가려워져서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떠보니 낯선 방이었다. 처음엔 내가 헛것을 보는 줄 알고 눈을 다시 비벼 봤지만 여전히 나는 낯선 방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시발 그 후론 집 밖으로 나가서 이리저리 난리를 쳐보다가 결국 갈 곳이 없어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멍청하다 욕하겠지만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던 나에겐 이 집 아니면 노숙이라는 선택지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뻗었고 다음날 아침인 오늘 일어났다. 지혁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 등받이에 기대 앉았다. '하.. 대체 뭐냐고 진짜' 이 상황은 아무리 봐도 창작물에서나 나오는 빙의가 틀림 없었다. 납치라기인 문이 잠겨 있지도 안았고, 무엇보다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말 일반 가정집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빙의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혁은 침대 옆 서랍 위에 놓인 거울을 집어 얼굴을 비췄다. '이게 내 얼굴일 리 없지.' 거울이 비춘 곳에는 원래 지혁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다. 단정한 검은 생머리에 차분해 보이는 검은 눈동자.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원래 지혁의 얼굴과는 분명히 다른 얼굴이었다. 사실 지혁이 빠르게 빙의라고 받아들인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이유는 지혁이 빙의 물 소설에 한창 빠져 살았던 적이 있어서였다. 그 시절의 지혁은 빙의 물이란 빙의 물은 거의 다 섭렵해 빙의 물의 클리셰 정도는 다 꽤고 있었다. '눈을 떠보니 낯선 방에 낯선 얼굴이라니. 이건 무조건 빙의잖아... 하. 내가 빙의 물에 한창 빠져 살긴 했다지만 그렇다고 내가 빙의되고 싶단 얘긴 아니었는데...' 지혁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었다. '일단 지금 당장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으니 이 몸의 정보를 찾아야 하는데..' 지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갔다. ... 이건 이 몸의 휴대폰인가? 지혁은 휴대폰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전원 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휴대폰은 지문 인식으로 열 수 있었다. 일단 연락처부터. 지혁은 휴대폰의 가장 왼쪽 아래에 있는 연락처를 눌렀다. '뭐야 '얘' 이름도 '지혁'이네?' 가장 위에 뜨는 연락처를 보니 이 몸도 지혁과 똑같은 이름의 '지혁'이었다. 지혁은 이어서 다른 연락처를 보았다. 뭐야 얘? '아싸인가, 무슨 연락처가 이거밖에 없어?' '지혁'의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에는 부모님의 번호밖에 없었다. '아주 텅텅 비었네. 일단 '얘' 이름이 '지혁'이란 건 알았으니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사진을 좀 볼까' 보통 추억은 사진으로 많이 남겨 놓으니 이번엔 얻을 것이 많이 있을 것이다. 지혁은 연락처에서 나와 갤러리로 들어갔다. 다행히 갤러리엔 '김지혁'이 찍어놓은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엔 가족 사진도 있었는데 이 몸의 주인인 '김지혁'이 가족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엄마 보고싶다.' 지혁은 원래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지금은 아빠와 함께 해외 여행 중이시라 최근에 잘 만나지 못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연락을 더 자주 할 걸 그랬다. 앞으로 영영 보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우울해졌다. '...하, 이럴게 아니지. 지금은 빨리 이 몸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정리하는 게 중요해.' 그래야 여기서 나가든가 뭘 하든가 하겠지. 지혁은 얼굴을 한 번 쓸었다가 다시 갤러리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이 몸의 가족들은 기억하고 있어야지.' 나중에 헷갈리지 않게. 지혁은 가족사진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 지혁은 멍하니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내가 이 나이에 학교를 가야 한다니..' 한참을 이 몸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지혁이 건진 정보는 첫째, 일단 이 몸의 원래 주인인 '김지혁'은 외동이라는 것. 또 가족들과의 문자 기록을 훑어본 결과 가족들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고 '김지혁'의 부모님은 지금 지혁의 부모님처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셔서 이 집엔 '지혁' 혼자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동안 '김지혁'의 부모님과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둘째, '김지혁'의 집안이 생각보다 부유한 집안이라는 것. 휴대폰을 보니 김지혁의 부모님이 매달 300만 원씩 송금해 주고 있었다. 어쩐지 집도 생각보다 넓고 좋더라. '그런데.. 집이 좀 썰렁하던데.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 마냥.' 실제로 집을 살펴본 결과 '김지혁'의 방도 그렇고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는 이미 유통기한이 넘은 음식밖에 없었다. 냉동식품은 있지도 않았다. 또 집이 전체적으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김지혁이 원래 청소를 잘 안 하나? 그렇다고 해도 냉장고가 저 모양인 건 좀 이상한데.' 분명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건 아니기에 그냥 넘겼다. 마지막으로 셋째, '김지혁'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참고로 원래 나의 나이는 25살이다. 아직 젊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군대에 다녀온 나로서는 고등학교란 한참은 먼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애초에 난 군대 얘기가 더 익숙하다고 이 나이 먹고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니.. 아. 씨발 군대. "나.. 설마 군대 또 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절망스러운 생각에 육성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절대 이곳을 탈출해 다시 내 몸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절대 벗어난다.' 아무튼 문제는 고등학교 입학일이 바로 일주일 뒤라는 것과 내가 '김지혁'이 입학할 예정이었던 고등학교를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 설마 이 소설에 빙의할 줄이야.' 지금 내가 빙의된 소설은 아무래도 '관심은 필요 없습니다!' 인 것 같다. 예전에 빙의 물에 한창 빠져 있었을 때 마지막으로 읽었던 소설이 이 BL 인소였는데 문제는 이 소설이 연재 중단된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거 읽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 소설은 인소가 다 그러하듯 정말 엄청나게 오글거렸다. 그때 지혁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핸드폰을 뒤지고 있었다. 어디 볼만한 빙의 물 없나. '음? 이게 뭐지? 새로 나온 것 같은데.' 그러다 '그' 인소를 발견하고 말았다. '관심은 필요 없습니다? 제목을 보니 무조건 관심받겠네. 뻔하구만.' 원래 지혁은 빙의 물이기만 하면 무슨 장르든 일단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작품의 장르가 BL인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지혁은 1화를 누르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 인소는 역시나 전형적인 빙의 물의 클리셰 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지혁은 연재분의 소설을 다 읽고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미친! '너무 오글거려...!!' 지혁은 두 손을 동그랗게 말고 침대를 굴러다녔다. 소설은 정말 너무 오글거렸다. 일단 이 소설의 주인 수는 미인수였는데 관심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커다란 동글이 안경으로 자신의 미모를 가리고 다녔다. 애초에 선글라스도 아닌 안경 하나로 미모를 가릴 수 있다는 것도 어이없었지만 제일 오글거렸던 건 학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 수가 물벼락을 맞게 되는데 물벼락으로 인해 안경이 떨어지자 하필 그 순간 그곳을 지나가던 공들이 드러난 주인 수의 맨 얼굴을 보고 강한 흥미와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어쨌든 주인 수는 그렇게 받기 싫어하던 관심을 무려 학교의 사대천왕인 공들에게 받아버린 것이다. 사대천왕이라니! 단어부터 오글거리는 사대천왕이라는 것이 학교에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심지어 이 사대천왕이라는 것들은 세계 싸움 서열 1위부터 4위이기까지 한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미친 설정이다. 세계 싸움 서열이라니 만약 저런 게 실제로 있었다면 다 경찰서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하 이렇게 오글거리는 건 오랜만에 보네. 그런데 은근 재미있단 말이야... 이게 인소의 매력인가?' 그렇게 지혁은 한동안 은근 재미있는 인소에 빠져 그 인소를 재밌게 읽었다. 아무튼 소설의 결말은 공들에게 관심을 받게 된 주인수가 계속 철벽을 치다가 결국 공들의 헌신에 마음을 열고 네 명의 공들과 함께 행복하게 산다. ... 가 아니었다. 작가가 결말을 앞두고 연재 중단을 해버린 것이다. '뭐야, 연중? 장난해? 기껏 여기까지 읽었는데 연중이라고?' 지혁은 열심히 읽던 소설이 갑자기 연중을 해버리자 짜증이 났다. 지혁은 베개에 머리를 박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휴대폰을 침대에 던지곤 짜증스럽게 일어났다. '하 내가 빙의물을 다신 읽나 봐라' 그 이후로 지혁은 소설의 후유증으로 2주 동안은 짜증을 내다가 곧 그 소설을 잊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 소설 이후로 빙의 물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지금 지혁이 빙의한 소설이 바로 그 인소 같다는 것이었다. '사랑 고등학교' 그 이름에 걸맞게 주인수는 이 고등학교에서 아주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지혁이 일주일 뒤부터 다니게 될 학교가 바로 이 '사랑 고등학교' 다. 지혁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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