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동해 남 씨그룹

2879 Words
청운시, 동성구, 남 씨 빌딩. 빌딩은 70여 층으로 웅장하고 도시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었다. 이곳은 청운시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지역이었다. 남 씨빌딩은 더군다나 청운시의 대표 건축물이었다. 몇 년 전 남 씨그룹이 청원시에 입주하면서 동해성 전체가 들썩였다. 이것은 제경 남 씨의 산업으로서 전반 용국에서 가장 높은 세가이다. 임혁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 귀빈 접대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누구 찾으십니까?" 프런트다 정중하게 물었다. "남천 회장님 찾습니다." 임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회장님을요? 예약은 하셨습니까?" 프런트는 의심스러워하며 물었다. 눈앞의 젊은 남자는 길거리 싸구려 옷을 입고 있어서 회장님처럼 큰 인물과 만날 자격이 있는 사람과 전혀 달랐다. 남천, 남 회장님은 동해성에 있는 제경 남 씨의 대변인으로서 하늘을 찌를 듯한 재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청운시 전체를 내다봐도 그와 대화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임혁은 계속 말했다. "그대로 전해줘요. 남태극의 친구라고요." "네, 잠시만요." 프런트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남 씨그룹에 있으면서 남태극이라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빌딩 안 기세 있는 회장님 사무실에서 비범한 풍격의 한 중년 남자가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똑! 똑! "들어와." 젊은 남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프런트에서 누군가가 회장님을 찾는다고 합니다." "프런트? 오늘 이 시간에는 예약이 없었잖아?" 중년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위엄있게 말했다. "아무 사람이 찾아왔다고 해서 모두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알았어?" "이게……" 비서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그 사람이 남태극 씨의 친구라고 회장님께 전하라고 했습니다." "가문에서 찾아오신 게 아닌가 해서…… 그래서 보고하러 왔습니다." 남태극! 중년 남자는 멈칫하다 눈살을 찌푸렸다. 남태극은 제경 남 씨의 가주이자 그의 할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제경에서 오로지 남 씨 가문의 적계만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며 그들은 감히 할아버지의 성명을 말할 엄두도 없었다. 청운시에서는 어떻게 남 씨네 큰 어르신을 알고 또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단 말인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데?" 남천이 물었다. "20대 초반 정도 되는 젊은 남자입니다." 비서가 대답했다. "사무실로 들려보내." 남천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며 의문에 빠졌다. "겨우 20대 초반의 젊은이라고?" 5분 후, 임혁은 비서에 의해 66층 회장 사무실로 들어섰다. 임혁은 늠름하게 자리에 앉았다. 기세가 드높은 이 중년 남자는 정색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신지?" 남천은 물었다. 그는 눈앞의 이 젊은이를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이것을 아십니까?" 임혁은 그 청록색의 옥패를 꺼냈다. 옥패 표면에는 복잡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는데, 가운데의 "남"자는 매우 눈에 띄었다. "이것은?" 남천은 놀란 얼굴로 이 옥패를 보면서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다. 이것은 제경 남 씨의 대표 인물의 신분을 상징하는 옥패였다. 도합 몇 개 밖에 되지 않는 데다 청운시 남 씨 가문의 대변인인 남천조차도 이 옥패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도 그냥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의 남 씨 옥패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 젊은이의 손에 있는 옥패보다 등급이 낮은 것 같았다…… "잠시만요, 제가 하 총무를 불러오겠습니다." 남천은 정중하게 말하며 임혁을 부르는 호칭조차 공손해졌다. 그는 겉모습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젊은이를 조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임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지금까지도 사부님이 남긴 말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어렸을 때 사부님을 따라 남 씨의 가주인 남태극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태극조차도 사부님을 공손하게 대하는데 하물며 그의 손자인 남천도 그를 공손히 대할 수밖에 없었다. 오기 전에 알아본 정보에 따르면 남천은 남 씨 가문의 제3대의 자제로서 특별히 우수하진 못했지만 평범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지금 동해성의 남 씨 그룹을 책임지고 있었다. 남 씨그룹은 동해성에서 주로 골동품 경매, 주얼리, 의약 연구, 심지어 부동산, 금융 투자까지 망라한 절대적인 상업 거두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천은 빨간 고대 복장을 입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전부 하얀 노인 한 분을 청했다. 그 후 남천은 스스로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는 그룹 비즈니스만 관리했기에 다른 은밀한 일들은 모두 아버지가 파견한 총무인 하 총무가 책임졌다…… 노인은 대략 50~60세로 보이지만 걸음걸이가 매우 가볍고 두 눈이 예리했으며 기운이 차 넘쳤다. 노인은 임혁 손에 있는 옥패를 보자마자 눈을 깜박이더니 평탄하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 "하창해라고 합니다만 각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 건가?" "임혁이라고 합니다." "이 옥패를 가지고 남 씨 그룹에 찾아오셨는데 실례지만 신분을 한 번 확인해 봐도 되는 건가?" 하창해는 심가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죠." 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하창해가 분명 보기 드문 무림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창해는 머리를 끄덕이며 힘을 주더니 손목을 갑자기 떨었다. 옥구 하나가 공기를 진동해하며 허공을 깨고 임혁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임혁은 제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을 흔들며 옥구를 잡았다. 그는 손을 펴자 손가락 틈 사이로 옥석 가루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장면을 본 남천은 눈꺼풀이 맹렬하게 뛰며 눈빛은 충격으로 가득 찼다. 하창해의 얼굴에도 충격으로 가득 찼다. 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내력 고수이신데다…… 아직 이렇게 젊으시다니. 혹시 그때 그분의 환생이 아닐까……" 남 씨 가문의 대총무으로서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임가의 무림에 관한 은밀한 일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임혁의 신분을 대략 추측해낸 것이다. 하창해는 몸을 구부려 공손하게 말했다. "남 씨 가문 삼방 대총무, 하창해가 대장로를 뵙겠습니다." "남천이 대장로를 뵙겠습니다." 남천도 정색해하며 말했다. 임혁이 손에 든 남 씨 옥패는 남가의 대장로를 대표했던 것이다. 남 씨네 집안은 가법이 엄격하여 그 누구도 윗사람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신분을 인정받자 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로께서 이번에 동해에 있는 남 씨 그룹엔 어쩐 일이십니까?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 하창해가 정색하고 물었다. 디리링…… 이때 임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임혁, 너 지금 어딨어? 빨리 시에 있는 병원으로 와! 사람 찾아서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라고 했으니까 빨리 와서 서명해." 전화기 너머로 노혜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시죠?" 임혁이 물었다. "오늘 민경 아버지가 공장에 있을 때 장해진이 공장을 인수하러 왔단다. 충돌이 생겨서 민경 아버지가 지금 상처를 입고 입원했단 말이야. 민경도 화가 나서 그놈을 찾아갔다가 기절하게 됐다고. 지금 장해진은 여전히 이 일을 가지고 우리를 핍박하고 있다네. 우리가 사는 집까지 억지로 가져가서 빚을 갚아야 한다고. 네가 민경이와 이혼하면 우리 집을 가만두겠다고 했으니까 이 모든 것은 너 때문이야! 내 딸과 좀 이혼해 줘! 더 이상 이런 개고생은 견딜 수 없어!" 전화기 너머의 혜연은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지금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것 같다. "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임혁은 전화를 끊으며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민경이가 기절했다고?) 임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창해와 남천을 바라보았다. "오늘 안에 나는 장 씨 주얼리 그룹이 파산하는 것을 보고 싶네요." 임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대장로 어르신,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남천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남천은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는 갑자기 찾아온 대장로가 살기등등하게 그에게 무슨 난처한 명령이라도 시킬 줄 알았다. 장 씨 주얼리 그룹 같은 작은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식은 죽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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