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는 계속해서 읽었다. “부디 저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여. 이 편지를 읽고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 제 메모가 있을 겁니다. 그 메모를 참고하여 반드시 저와 같은 일이 벌어져 죽음을 자초하지 마십시오.” 하다는 편지를 끝까지 다 읽자 불에 타 재로 변해 버렸다. 그리곤 하다는 불안한 표정으로 루이를 바라보았다. “루이.” 루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다에게 말했다. “이 책을 꼭 사야겠나?” 하다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김영리에게 말했다. “이 책도 함께 계산해 주셨으면 합니다.” 루이의 말에 김영리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하는 거지?” “보이지 않는 물건엔 값을 매길 수가 없습니다. 그저 선물이라 생각하고 가지고 가십시오.” 김영리의 말에 하다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지만 김영리는 다음에 또 방문해 물건을 사달라고 이야기했다. 하다는 결국 잡화점을 나와 극락주점을 향했다. 극락주점을 향하는 길 내내 루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루이에겐 지금 신경쓰이는 게 한 두개가 아니였다. ‘나에게 보이지도 않은 책일 뿐 더러 같은 일을 반복하면 죽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이잖아.’ 하다는 아무것도 없는 품에 뭔가라도 있는 듯 꼬옥 안은 채 걷는 모습을 본 루이는 더욱 속이 타 들어 갔다. ‘내가 그녀처럼 되던가 그녀가 나처럼 되던가. 하지만 강하다는 나처럼 될 일이 없다. 한 번 새긴 신념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던 루이에게 하다는 조심스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