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00일은 월요일이었기에 그 전날인 일요일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다카포에 마주 앉아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진선은 펭귄 모양의 앞치마를 두른 채 서빙하고 있는 시원의 모습을 보며 ‘잘 어울린다’고 말하곤 귀여워해 주었다. 그녀는 시원이 직접 만들었다는 다카포 특제 돈가스와 하와이안 펀치 파르페를 먹으며 언니로부터 수능 100일 축하 응원을 받고는 기뻐했다. 조금은 떨리고 불안하다는 진선에게 ‘너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며 합격 엿과 초콜릿 등을 챙겨준 시원은 자신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함께 건네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고,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서로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음에 행복해했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 지수는 시원을 따라 여러 교양과목을 수강 **했고, 가끔씩 과 친구들과 함께 시원이 일하는 다카포에 찾아와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술을 마시는 등 방학 중에도 시원에게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월 17일 99학년도 수능이 시작됐다. 이른 새벽 조용히 진선의 시험장에 찾아간 시원은 재작년 크리스마스에 그녀가 자신에게 직접 떠 준 빨간 목도리를 진선에 목에 다시 둘러주며, ‘나는 이 목도리 덕분에 행운을 얻었으니, 시험이 끝날 때까지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곤 가늘게 떨고 있는 진선의 손을 꼭 잡고선 ‘지금껏 열심히 노력한 만큼 떨지 말고 천천히 실력을 발휘하고 오라’며 그녀를 품에 안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