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가문의 멸망

1443 Words
그 사람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는 모습은 간신히 숨만 붙은 채 겨우 여기까지 온 것이 분명했다. 비틀거리며 다가와서 술에 취해 누워 있는 백여화를 보자, 그 사람은 털썩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누나!”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말했다. “우리 집안은 끝났어. 금도문은 이제 없어졌어. 부모님도 그들에게 살해당했어! 빨리 도망쳐,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마!” 인기척에 놀란 여화가 깨어났다. 놀라서 취기로 몽롱한 눈을 크게 떴고, 그 순간은 거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감히 믿을 수가 없어서 동생의 몸을 껴안은 여화는 갑자기 놀라면서 멍해졌다. 앳된 소년의 그 여위고 허약한 몸에는 도검의 상처가 무수히 많았다. 가장 깊이 심장에 상처를 입었고, 가장 치명적이었다! ‘누구야?’ ‘누가 내 동생을 다치게 한 거야!’ 소년은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헛수고하지 마, 누나. 집에 가서는 안 된다는 걸 꼭 기억해.” 마지막 말을 마치자, 동생은 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다. 여화는 벌떡 일어섰다. “내가 너를 업고 진양왕을 찾아갈게! 무릎을 꿇어서라도 너를 구하겠어!” 그렇다. 설사 임해월에게 굴욕을 당하더라도 여화는 계일봉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 ‘임해월은 이미 진양왕의 왕비로 계일봉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했어. 내가 만약 도움을 청하러 간다면, 그 대가는 가히 짐작할 수 있어. 그러나 존엄이니 긍지니 하는 것도 가족의 목숨 앞에서는 모두 개소리야!’ 여화가 업자마자, 소년은 소매를 힘껏 잡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소리쳤다. “가지 마! 살인자가 누군지 알아?” “바로 그 사람이야!” ‘뭐?’ 여화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럴 리가? 진양왕은 일찍이 나와 혼약을 맺은 적이 있어. 백 번 양보해서 말해도 그 사람은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물며 백씨 가문은 그와 원한도 없잖아!’ 푸! 경악하는 사이에 갑자기 번개처럼 날아온 쇠화살이 동생의 등에 깊이 박혔다! 여화가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손으로 상처를 막으려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음을 알게 되었다. 힘없이 땅에 무릎을 꿇은 채, 여화는 눈을 빤히 뜨고서 소년의 입가에서 꾸륵꾸륵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민첩했던 눈동자에서 점점 생기가 사라지면서 소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거대한 통증이 감각을 마비시켰다. 사람들이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갔지만, 여화는 멍하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길고 뼈마디가 뚜렷한 큰 손이 백여화에게 다가왔다. 고개를 들고 모호한 눈빛으로 진양왕 계일봉을 보았다. 여전히 그렇게 멋진 자태였고, 영준하고 굳센 모습은 마치 이랑신 같았다. 그의 곁에는 익숙한 여자가 서 있었다. 흰 치마를 입은 여자는 맑고 깨끗한 피부에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귀밑머리에는 주옥 비녀가 꽂혀 있었고, 흰색의 담비 모피를 입고 있어서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이었다. ‘그 여자야!’ ‘두 번이나 나를 꺾었고, 나를 밟고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어서 더없이 당당한 기세의 강남 임씨 가문의 큰아가씨인 진양왕비 임해월!’ 고개를 들어 계일봉의 눈을 바라보던 여화는 그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예전엔 그를 그토록 좋아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두 눈을 파내고 싶었다! ‘왜?’ 여화의 입술은 떨고 있었다. 비록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백여화의 뜻을 알아차린 계일봉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이 눈을 내리깔고 부드러운 말투로 설명했다. “금도문은 존재할 수 없어. 너희 부모가 일찍이 해월의 부모를 죽였으니, 이는 불구대천의 원수지. 해월이 이미 진양의 왕비가 되었으니 본왕이 왕비의 복수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해월은 마음씨가 선량해서, 이미 본왕에게 네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약속했어.” 이렇게 말한 계일봉의 얼굴에는 애잔한 기색이 역력해서, 마치 자신이 엄청난 선행을 베푼 듯했다. 백여화가 잘못을 구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자신에게 감격해서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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