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용맹한 용만이 강을 건널 수 있다

2203 Words
여인이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소병의 주먹이 사고성의 얼굴에 떨어지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고성이 저 멀리로 날아갔다. 사고성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고 치아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은 아주 비참해 보였다. 소병이 갑자기 주먹을 쓸 줄은 아무도 몰랐다. 사고성의 두 보디가드가 상황 파악할 때쯤 사고성은 이미 멀리 날아가 버린 뒤였다. 이때 사고성의 두 보디가드가 동시에 소병을 덮쳤다. 소병은 한 손에 한 놈씩 잡은 채 두 사람의 머리를 한데 박았다. 그러자 두 보디가드는 힘없이 늘어졌다. 소병은 사고성의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잠깐 숙여 사고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당신의 돈을 원하는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정말 심하게 다쳤으면 난 할아버지를 위해 병원비를 내줄 수도 있어. 우리는 단지 당신의 사과가 필요한것 뿐이야. 당장 할아버지께 사과해!" 사고성은 그제야 힘겹게 일어서며 말했다. 치아가 몇 개 빠져나가 발음이 샜다. "꿈도 꾸지 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난 강성시 사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야. 사씨 가문의 주인이 바로 우리 아빠라고.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소병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죽 구두를 신은 발을 사고성의 무릎 위에 내려놓더니 힘주어 꽉 내리밟았다. 그러자 사고성은 처량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뼈가 깨진 사고성은 너무 아픈 나머지 실신할 지경이었다. 소병은 사고성의 다른 한쪽 다리에 발을 올려놓더니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여인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세요... 그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소병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강성 사씨 가문의 사람이고 사씨 가문의 주인이 이 사람 아빠라면서요." 여인은 멈칫하더니 사고성이 방금 했던 얘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사고성의 가문을 알면서도 거들떠보지도 않자 여인의 동공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에요?" "외지에서 온 일반인일 뿐입니다." 여인은 한시름 놓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도도한 말투로 말했다. "일반인이 강성에서 사씨 가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일반인이 아니라 외지에서 높은 신분이었다 하더라도 이런 말은 들어봤을 거예요." 소병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못 뺀다는 말이요." 소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오른발을 내리밟았다. 사고성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여인의 자신감과 오만함도 덩달아 박살 나버렸다. 돌아서 미모의 여인을 바라보는 소병의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하였다. 그는 무섭게 몰아붙이지 않았지만 그의 평온한 눈빛은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 당신은 이런 말도 들어보았을 겁니다." 여인이 치를 떨었다. "무슨 말이요?" "용맹한 용이 아니면 강을 건널 수 없다!" 말을 마친 소병은 아연실색한 여인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노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소병은 다시 지폐를 한 장씩 주워 노인의 손에 쥐여주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병원에 모셔다드릴 테니까 검진 한 번 해보세요." 지폐를 받은 노인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네. 난 정말 괜찮다네." "아닙니다. 얼른 가보세요. 병원에 가서 심하게 다친 곳이 없는지 검사해 봐야 됩니다." 소병은 얼른 노인을 부축하며 그곳을 떠나려 했다. 여인이 갑자기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뭐예요?" 소병은 잠깐 멈춰 서더니 자신만만한 억양으로 힘 있게 대답했다. "소병입니다." 소병이 노인과 함께 멀어지자 여인의 뒤에 있던 구릿빛 피부의 중년 남자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 저 사람 진짜 독한 사람이네요. 방금 도련님을 두 번이나 내리밟던데 아마 도련님은 반년 동안 병상에 누워계셔야 할걸요." 여인이 고개를 돌려 원망 어린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리 삼촌, 방금 왜 가만히 계셨어요? 비록 맞은 사람은 사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사고성은 우리랑 같이 있었으니까 우리 엽씨 가문의 체면이 안 서잖아요." 리 삼촌는 어쩔 수 없는 듯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가씨가 피해를 볼까 봐 그랬습니다. 방금 그 사람은 아주 강합니다... 저라도 그 사람의 적수가 안 될겁니다." 여인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리 삼촌는 진정한 고수였다. 사고성의 무능한 두 보디가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데 리 삼촌마저도... 리 삼촌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소병의 멀어진 뒷모습을 쳐다보며 여전히 두려워하듯 말했다. "방금 그 사람의 몸에서 피비린내가 났습니다... 분명 사람을 죽여봤을 겁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닐겁니다. 아가씨, 저런 사람은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리 삼촌는 뜻밖에도 그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 그 점에 놀란 듯 여인은 생각에 잠긴 눈빛이었다. 이어 여인은 체면에 관한 일은 잊은 채 여장부다운 지혜와 야심을 드러냈다. 고개를 돌려 쓰러진 사씨 가문 도련님과 두 보디가드를 쳐다보는 여인의 눈빛 속에는 사냥꾼 같은 교활함이 어려있었다. "저 사람들을 병원에 보내. 일단 우리 아빠를 집에 데려다주고 난 뒤에 셰 아저씨에게 자세히 설명할 거예요..." 리 삼촌가 물었다. "아가씨, 그 말씀은?" "그 사람이 사씨 가문의 보복을 당해 죽더라도 나랑 상관없어요. 그 사람이 정말 리 삼촌가 말한 것처럼 강하다면, 사씨 가문의 보복을 당하고도 죽지 않는다면...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는 거니까 그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죠. 안 그래요?" 한시름 놓은 리 삼촌가 존경 어린 표정과 더불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역시 현명하십니다." 가벼운 미소를 짓는 여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의 눈빛 속에 온통 강렬한 야심으로 가득 차다니. 사고성이 호강스럽게 자란 부잣집 도령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 여인은 진정한 꽃뱀이었다. 할아버지가 검진받고 크게 다친 곳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소병은 소패아가 임종 전에 얘기한 장소에 도착하였다. 유골함을 들고 소패아네 집 앞에 서 있는 소병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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