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가 서준을 칭찬하는 소리를 청명은 듣지 못했다.
만약 그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그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서준은 노트북을 끌어안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회사에 들어가 재영을 도와 잡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청명은 주머니에 한 손을 꽂아넣고 서준을 흘끗 보더니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야 물었다.
"네 외투는 어디 갔어?"
그는 전에 서준이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한여름에도 외투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서준이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닌지 의아했다.
그 외투는 맞춤 제작한 것으로 로고는 없었지만 어떤 명품보다도 비쌌다.
예전에 학생회 사람들과 MT를 다녀온 후 날씨가 좀 추워서 여학생들이 외투를 빌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절대 빌려주지 않았다.
"누구 줬어." 서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제 그 외투는 비에 젖어 이미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그의 손가락은 하얗고 가늘었고, 키보드 위에서 재빠르게 몇 번 두드렸다.
고청명과 말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듯 바로 이어폰을 꼈다.
"너 설마 우리 엄마가 해준 밥 버리고 나서 양심에 찔려서 착한 일 하는 거냐?" 청명의 목소리에는 놀리는 투가 가득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태리의 눈에 서준은 전형적인 엄친아였다. 성적도 좋고, 눈치도 빠르고, 성격도 온화하고, 예의도 바르고, 무엇을 하든 1등이었다.
태리는 그를 매우 좋아해서 맛있는 것을 만들 때마다 청명에게 한 몫 챙겨주곤 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서준은 마침내 그에게 시선을 주었고,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어렸다.
"아주머니께서 아시면 마음 아파하실 거야."
청명은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 남의 음식을 버리는 그런 짓은 마치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인 것처럼 말하는 게 정말 뻔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 눈에는 서준이 성적도 좋고 성격도 좋아서, 어떻게든 그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엄마는 눈앞의 이 예의 바르고 교양 있는 서울대 학생회장이 속으로는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 리가 없었다.
청명은 자리에 돌아와 마라탕을 열었다. 빨간 기름을 보자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이소희는 그를 매운맛으로 죽일 셈인가?
마침 그때 휴대폰에서 메시지가 왔다. 청명이 확인해보니 소희가 보낸 메시지였다.
26000원.
쪼잔하기는!
청명은 그냥 무시하고 억지로 한 입 먹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을 떠올렸다.
"오후에 군복 나눠준대. 이 교수님이 너랑 나랑 같이 가라고 하셨어."
"안 가." 서준은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않았다.
"너 가기 싫으면 네가 직접 거절해. 맨날 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말고."
교무처 그 인간들은 서준이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서, 그들의 눈에는 서준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옳았다.
그래서 무슨 안 좋은 일만 생기면 뒤집어쓰는 건 항상 그였다!
"아, 맞다." 청명은 만족스럽게 마라탕을 크게 한 입 먹었다.
"올해는 우리가 새내기 녀석들 훈련시키는 거잖아. 너 안 가면 나 교수님한테 사람 바꿔 달라고 할 거야."
학생회는 여름방학 때 올해 신입생 군사훈련을 위해 특별 훈련을 받았다.
"알았어." 서준은 컴퓨터에서 손을 떼고 여전히 보기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다소 나른해 보였다. 청명은 그 능글맞은 놈의 속이 깊다는 것을 알고 귀찮다는 듯 무시했다.
그는 몇 입 먹다가 엄마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 받았다.
"아들, 이따 네 누나 데리고 군복 받으러 가. 꼭 같이 가야 해. 걔 이제 막 서울대에 와서 아직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걔 그렇게 어린애도 아니고, 길 잃어버리기라도 하겠어?"
청명은 욱하는 성격에 갓 들어온 사촌 누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걔 나보다 나이도 많거든? 너무 애 취급하는 거 아니야?"
"이따 둘이 같이 찍은 사진 보내줘."
태리는 그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청명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순순히 여학생 기숙사 아래로 향했다.
태리는 막 점심을 먹고 들어가서 낮잠을 잘 참이었는데, 청명의 전화 한 통에 불려 내려왔다.
그녀가 내려오자마자 청명이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학교에 오기 전, 태리는 그녀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청명을 감시하고 담배를 덜 피우게 하라고 말했다.
얼마 전 외삼촌이 폐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쑤시는 청명을 엄하게 단속했다. 소희는 다가가서 주의를 주었다.
"고청명, 너 엄마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셨잖아..."
"내가 바보인 줄 아냐?"
청명은 그녀를 흘끗 보았고,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호의를 베풀었더니 적반하장이었다. 소희는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돌아서려고 했다.
그녀는 단지 고모의 부탁 때문에 한마디 한 것뿐이고, 그가 듣든 말든 그의 자유였다.
하지만 청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야!" 청명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소희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흰색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약함이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고, 지나치게 얌전해 보였다.
갑자기 그에게 불려 세워지자 마치 자신이 악당이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청명은 그런 자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 일 우리 엄마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어?"
학교에서는 양아치처럼 굴지만, 청명은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순한 양처럼 얌전했다.
소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는데, 가끔 강한 소리 자극을 받으면 심한 이명이 들렸다.
오늘 너무 급하게 내려오느라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청명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됐다."
청명은 짜증스럽게 담배꽁초를 밟아 끄고 소희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너랑 같이 군복 받으러 가라고 했어. 꼭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시네."
말을 마치자마자 청명은 소희의 머리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어 소희에게 보냈다.
그리고 군복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아무 일 없으면 나 죽었다고 생각하고 귀찮게 하지 마."
"잠깐만." 소희는 그를 불러 세우고 휴대폰을 꺼내 계좌번호를 띄웠다.
"26000원, 보내줘."
청명은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순순히 돈을 보냈다.
소희는 돈을 받고 나서야 천천히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녀가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룸메이트들에게 둘러싸였다.
"방금 아래층에 있던 애 고청명 맞지? 완전 멋있더라!"
"진짜 네 동생이야?" 혜린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너희 집 유전자 대박이다. 둘 다 어쩜 그렇게 잘생겼니!"
"걔 우리 고모 아들이야." 소희는 웃으며 해명했다.
"혹시 네 동생 인스타 좀 알려줄 수 있어?" 지수는 눈을 반짝였다.
"이런 훈남은 당연히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지..."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것 같아."
소희는 잠시 생각했다. "걔 성격이 좀 안 좋아서..."
*****
오늘은 개강 첫날이라 오후에 지도교수가 학생들을 반에 불러 모아 내일 있을 군사훈련 주의사항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소희는 성격이 좋아서 고등학교 때 공부에만 매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학생들의 짝사랑 대상이었다.
대학교에 와서도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많은 남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소희가 연단에서 내려오자 서유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우리 반 남자애들 중에 이서준처럼 잘생긴 애가 하나도 없어! 너 나중에 남자 친구 사귈 때 꼭 이서준 같은 애 사귀어야 해!"
소희는 지나치게 예뻤다.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이었다.
소희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재벌 외아들이자 하늘이 내린 인재 같은 사람은 그녀가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대학교 4년 동안 그녀는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반 학생들이 꽤 많아서 자기소개가 끝나자 벌써 6시가 넘었다. 수업이 끝나고 몇몇 여학생들은 저녁을 먹으러 갈 준비를 했다.
소희는 도서관에 다녀왔다. 올해 전액 장학금을 받으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도서관에 처음 온 그녀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책을 몇 권 빌려 나오니 벌써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가 책을 안고 나오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살기가득한 표정으로 골목길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서준이 따라가고 있었다.
*****
이미 저녁이라 그런지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학교 뒷골목 가로등은 금방이라도 꺼질듯 깜빡깜빡 거렸고, 밤인데도 마치 얇은 검은 천으로 한 겹 덮어놓은 듯 어두웠다.
가로등을 켜나 마나였다.
서준은 기숙사에서 막 나온 듯 심플한 흰색 셔츠로 갈아입고 있었고, 그 눈동자는 지나치게 차가워 보였다.
그의 앞에는 몇몇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선두에 선 남자는 흰색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있어서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 드러났는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조폭 같았다.
"이서준! 이 자식 드디어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