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ZM 그룹

1915
하준은 명호를 힐끗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긴 제 어머니 회사에요." 바로 그때,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사람들이 모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준과 명호도 안에 비집고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던 창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이 되었다. 머지않아 창민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여자들을 보며 실실 웃더니 하준을 향해 외쳤다. "두 분, 나오세요!" 하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뭐라고요?" "자리 없는 거 못 봤어요? 다음 거 타셔야죠." 명호의 분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뭘 하긴요. 당신들보다 계급 높은 임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라고 명령한 거죠. 당신, 어느 부서예요?" 두 사람의 옷을 보고 창민은 그들이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거나 아예 인테리어 노동자라고 생각했다. "당신들은 귀한 손님을 이렇게 대접합니까?" 하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귀한 손님이요? 거울 좀 보고 얘기하세요. 당신들이 무슨 귀한 손님입니까? 빨리 내려오세요. 안 그러면 여기서 쫓아낼 테니!" 곧이어 창민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고 하자 몇몇 여자들이 자진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왔다. "타세요. 저는 다음 거 탈게요." "저도 다음 거 탈게요." 한순간에 여러 명의 여자들이 나와 창민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사실상 말이 양보지 그들은 창민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싫었던 것이다. "됐어요. 다들 타세요. 내릴 거면 저 두 사람이 내려야지!" "당신들 해고당할 거니 그렇게 아세요!" 창민의 협박에 하준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좋네요." 하준의 말에 창민이 시큰둥하게 웃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정장 차림의 젊은이가 걸어 나왔다. "우 사장님!" 정훈을 보자 창민이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 "사장님, 분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저 두 사람이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에 지장을 줘서 제가 교육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말을 듣지 않네요." "말을 지어내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쫓겨나는 거야?"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며 하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앞으로 이 빌딩에서 이 사람을 볼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정훈은 창민의 말을 들을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 문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입구를 보았을 때 정훈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쩍 빛났다. 정훈은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훈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고 창민의 얼굴에 미소가 띠었다. 그때 하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창민은 하준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준이 이 자리에서 해고될 거고, 그렇게 되면 직원들 앞에서 위신을 떨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창민은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그도 빠른 걸음으로 정민의 뒤를 따랐다. "망했다. 사장님이 이리로 오고 있어." "조창민 그 사람이 사장님을 설득했나 봐. 이 사람 해고당할 게 분명해." 하지만 사람들의 예측과 달리 하준은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침착하게 정훈을 바라보았다. "나무토막이야 뭐야. 이럴 땐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해야지." 창민이 음흉하게 웃었다. 하지만 정훈은 하준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하준 선생님, 드디어 오셨군요." 하준 선생님? 90도 구부러진 허리와 겸손하기 짝이 없는 말투를 보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중 특히 창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충격과 의문으로 번져 결국 잿빛으로 변했다. 엘리베이터에 서 있던 직원들은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우 사장을 이렇게 공손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예의 차리시지 않아도 돼요. 일단 올라가서 얘기하죠." "네!" 정훈의 허리가 그제서야 천천히 퍼졌다. "먼저 올라가세요.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하준을 보낸 후 정훈은 창민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내일 사직서 가지고 오세요." 창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해고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이 시간부로 당신 해고예요." 정훈은 창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그곳을 떠났다. "쯧쯧, 사람 꼴이 말이 아니군." "그나저나 아까 그 사람 도대체 뭐야?" "어느 집 재벌이겠지. 부럽다." 직원들은 속닥속닥 방금 일에 대해 얘기하며 사무실로 복귀했다. 창민만이 주저앉아 멍때릴 뿐이었다. 바로 이때, 수민과 수민의 친구가 웃으며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회사에 무슨 일 있나? 다들 왜 저렇게 웃고 있지?" 정하의 말을 듣고 어떤 여자 동료가 기뻐하며 말했다. "정하 씨, 조창민 그 사람 오늘 새로 온 젊은 임원한테 해고당했어요!" "정말요?" 이 소식을 듣고 정하도 기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수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동료를 해고했는데 왜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그 사람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변태야, 변태. 내가 다음에 자세히 알려줄게." "참. 새로 온 임원분은 되게 젊고 잘생겼어. 조금 난폭하기는 하던데…." 여자 동료가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정하의 눈이 밝아졌다. "수민아, 올라가 보자. 우연히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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