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황급히 달려온 수아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
지우가 괴롭힘당하는 걸 보고 하이힐을 벗어 중년 여자를 향해 내리치고는 지우를 꼭 안았다.
"으악!"
여자는 무방비 상태로 하이힐에 등을 맞았다.
"누가 괴롭혔어?"
수아가 조용히 물었다.
"아까 어떤 오빠가 나한테 아빠 없다고 했는데 내가 아빠 있다고 했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했어!"
"…잘했어."
수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여자가 아들을 내려놓고 수아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자식을 어떻게 교육했길래 저렇게 버릇이 없어요?"
"버릇이 없는 건 그쪽 아들이겠죠."
"아들이 잘못 말한 거라도 있나요? 아빠 없는 거 사실이잖아요! 역시 그 엄마에 그 자식이네…."
이 말에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른들끼리 싸우면서 이렇게 악랄한 말로 아이를 공격하다니.
"뭘 봐! 싸움 구경났어?!"
찰싹
그 순간, 수아의 손이 그 여자의 얼굴을 향했다.
수아는 혼신의 힘을 당했고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할 말 있으면 저한테 하세요. 한 번만 더 제 딸 욕하면 그땐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잘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감히 날 때리다니."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빨리 와요. 누가 우릴 괴롭혀요."
몇 분 뒤, 가방을 든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이 여자예요. 이 여자가 절 때렸어요."
"감히!"
중년 남자가 수아에게 손을 뻗었지만 수아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고는 이내 혓바닥을 날름 핥았다.
"여우 같은 년!"
그의 아내는 이 광경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
중년 남자는 그제서야 반응을 하며 수아에게 다가갔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지 알고서나 이러는 거야? 응?"
그는 손을 한 번 더 높이 치켜올렸다.
수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퍽!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수아는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 수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한 남자가 수아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한쪽 손으로는 수아를 때리려던 남자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당신 누구야?"
중년 남자는 안간힘을 썼지만 팔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아빠!"
지우가 힘껏 외치며 하준에게 달려갔다.
하준이 지우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지우야, 아빠가 어떻게 해줄까?"
지우는 소년과 엄마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아이가 나쁜 걸 배우는 건 다 엄마 아빠의 잘못이라고 그랬어. 난 앞으로 저 어른들이 나쁜 말 안 했으면 좋겠어."
"알겠어. 아빠가 그렇게 해줄게. 잠시만 눈 감고 있어."
지우가 눈을 감자 하준의 손바닥이 남자의 얼굴에 닿았다.
찰싹
중년 남자는 그대로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엎어졌다.
털썩
"여보!"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남자 곁으로 달려갔다.
수아가 때린 뺨 한 대가 통쾌했다면, 하준이 때린 뺨 한 대는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준은 손뼉을 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남자에게 다가갔다.
"다, 당신…."
남자가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아직 말을 할 수 있다니. 이거 안 되겠네."
그 말에 남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하준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그 말이 제가 듣는 그쪽 마지막 목소리였으면 좋겠네요."
"…지우야. 집에 가자."
하준이 웃으며 지우를 안아 올렸다.
"우와! 아빠랑 같이 집에 간다!"
지우가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수아는 어쩔 수 없이 하준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한편, 뺨을 맞은 중년 부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여보, 돌아가요."
여자는 남자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밀어냈다.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가만히 안 둬!"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20분 후, 수아는 하준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우의 기쁜 모습을 보고 수아는 어쩔 수 없이 하준을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잠시만. 아빠 전화 좀 받고 올게."
하준은 웃으며 지우의 볼을 주물렀다.
"형님, 그 사람들 그냥 일반 불량배들이에요."
"알겠어."
"형님, 뿌리를 뽑을까요?"
"됐어. 여기서는 그냥 편히 살자."
전화를 끊고 하준은 웃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쟨 왜 온 거야?"
싱글벙글하던 수아의 어머니는 하준을 보고 이내 표정을 굳혔다.
"오늘 유치원에서 지우가 괴롭힘을 당했는데, 하준 씨가 도와줬어요."
"할 줄 아는 게 있긴 한가 보네."
"아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지 마!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알겠어, 할머니가 잘못했어. 우리 지우, 얼른 가서 밥 먹자."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때 수아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하준 씨랑 같이 살고 싶어요."
같이 산다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모두 안색이 변했다.
하준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냥…. 지우가 또 괴롭힘을 당할까 봐서요.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것도 그렇고."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어찌 됐든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다.
"그래.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린 네 편이야."
수아의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짜?"
지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얼마나 행복한지 큰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되었다.
"나 이제 아빠랑 같이 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