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너 무슨 야동이라도 찍냐

2832
유정은 있는 힘껏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을 더듬더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그는 유정이 입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목욕 가운을 못마땅한 눈길로 훑어보았다. '재질이 왜 이렇게 거칠지? 내일 한위에게 전부 바꾸라고 일러둬야겠어.' 현우는 거의 가운을 찢어버릴 기세로 벗겨낸 후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섬세한 그녀의 피부 감촉에 온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유정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눈을 질끈 감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날 왜 유혹했지?" 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뒷목에 닿았다. "대표님 같은 남자에게 반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유정은 여전히 그에게 등을 보인 채 답했다. 혹시나 몸을 돌리면 그에게 속마음을 들킬 것만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 현우는 나지막이 말하며 손을 천천히 그녀의 다리 쪽으로 가져갔다. '보기에는 마른 것 같은데 가슴도 풍만하고 엉덩이도 탄력 있고, 잘록한 허리는 마치 한 손에 잡힐 듯 하고...있을 곳에 살이 다 붙어 있군.' "정말이에요, 대표님." 유정은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다음 순간, 그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 살을 꽉 움켜쥐었다. "마지막 기회야." "아..." 유정은 너무 아파서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말해."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당장 이 자리에서 죽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한번 해 보자. 생각을 정리하고 그를 마주 보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댔다. 키스가 처음인 그녀는 서툴고 어설펐다. 예상치 못한 유정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다시 한번 맛본 현우는 강한 힘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끌어당겨 더욱 격렬하고 거친 키스로 화답했다. 그는 몸을 뒤집어 그녀 위로 올라탔다. "..." 또다시 격렬한 밤이 지나갔다. ***** 다음 날 아침, 유정은 어제만큼 아프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약효가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그가 일부러 부드럽게 대해 준 것일까? 아니면, 그녀 스스로 이 상황에 적응해 버린 것일까? 그 생각을 하자 샤오퉁위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제국 병원의 뛰어난 의술 덕분이라고 믿고 싶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옆에 누운 지윤쩌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유정은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이 남자의 침대에 오르고 싶어 안달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의 옆자리에 누운 사람이 하필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이라니. 왜일까? 말 잘 듣고, 잠자리에서 조용해서? 언제쯤 나를 놓아줄까? 어제 은행 계좌에 또다시 백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유정은 온몸이 괴로웠다. 스스로를 팔아넘긴 성매매나 다름없었다. 만약 앞으로 자신이 사랑하고 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과연 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안 돼. 돈을 돌려줘야 해.'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어 이백만 달러를 현우에게 고스란히 돌려보냈다. 띠링. 메시지 알림음에 현우가 눈을 떴다. 휴대폰을 확인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불이 그의 몸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며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균형 잡힌 복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 비서, 이 시간에 돈을 보내다니, 내가 남창이라도 된 건가?" 그의 어두운 얼굴을 본 유정은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아니에요, 대표님. 주신 돈이 너무 많아서... 죄송해서 그랬어요." 현우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이 여자... 돈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혹시... 그저 잠자리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일부러 내숭 떨어서 내 와이프라도 되서 돈이라도 뜯으려는 건가?' 그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재미있군. 그렇다면 내가 한번 놀아주지.' 평소와 다른 현우의 웃는 모습을 보자 유정은 불안한 예감에 휩싸였다. 그의 미소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현우는 유정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더욱 앳되고 발그레해서 마치 복숭아 같았다. 어젯밤 자신의 아래에서 교성을 내뱉던 작은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다시 한번 이성을 잃을 뻔했다. '어떻게 널 그냥 보내겠어?' "최 비서가 돈을 **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할 일을 해야되지 않겠어?" 유정은 흠칫 놀라며 본능적으로 큰일 났음을 깨달았다. 이불을 끌어안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그럼... 돌려주세요. 안 줄게요."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가 덮고 있던 이불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록 여러 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대낮에 알몸을 마주하자 유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귓불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현우는 그녀의 위로 몸을 숙여 부드러운 뺨에 자신의 큰 손을 포게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착하지." ***** 세수를 하고 그의 아침 식사까지 챙겨준 후, 유정은 집에 다녀오고 싶었다. 어제 입었던 옷도 갈아입고 화장품도 챙겨야 했다. 이대로 출근할 수 없었다. "대표님, 한 시간만 늦게 출근할 수 있을까요? 옷을 갈아입고 와야 할 것 같아서요." 이틀 연속 집에서 자지 못한 유정은 하루 종일 휴가를 내고 푹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깨어나 보니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소파에 앉아 태블릿 PC를 보고 있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깨끗한 정장으로 갈아입고 앞머리까지 깔끔하게 손질한 현우는 다시 유진 그룹의 대표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문득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한서와 윤빈을 발견했다. "최 비서?" 유정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민망했다. 아침부터 현우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이라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면 스스로도 믿지 못할 것이다. 한서는 작은 목소리로 윤빈에게 물었다. "어제 그 여자는?" 그가 대답했다. "말해 뭐해." 오늘 아침 일찍, 그들은 일부러 오엘 호텔로 찾아와 스위트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여자를 찾는 유현우가 과연 어떤 여자를 데려왔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마술을 부린 것이었다. 한서는 유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앞머리 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눈은 매혹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보다 훨씬 더 청순하고 매력적이었다. 유현우가 정신을 놓을 만도 했다. "박 과장님, 성 이사님, 이렇게 마주치네요? 대표님 방에 계시는데, 안으로 모셔드릴까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니, 됐어요. 그냥 궁금한 거 있어서 온 거라. 직접 물어봐도 되겠죠?" 한서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에 유현우랑 몇 번이나 했어?" 유정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당장 이 자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윤빈은 한서에게 그만하라는 듯 가볍게 툭 쳤다. "최 비서, 저 자식 말은 무시해요. 아무 일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이만 가볼게요."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며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현우가 나타났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섯 번. 오늘 아침까지 합치면 일곱 번." 유정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녀는 그가 끊임없이 자신을 갈구해서 결국 자신이 탈진하고 기억을 잃었던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한서는 입을 크게 벌렸다. "뭐? 야, 유현우, 너 무슨 야동이라도 찍냐?" "그저께 밤 이야기도 해 줄까?" 유정은 더 이상 그들의 대화를 들을 낯이 없었다. "유 대표님, 박 과장님, 성 이사님, 세 분이서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쏜살같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신규 회원 꿀혜택 드림
스캔하여 APP 다운로드하기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작가
  • chap_list목록
  • like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