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제가 쓰레기라면, 대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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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그룹 대표실. 아직 9시도 안 된 시간, 현우는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매서운 눈으로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커피잔을 든 유정이 들어왔다. "유 대표님, 커피입니다." "응." 평소답지 않게 그는 손을 뻗어 커피를 받아들었다. 손가락이 유정의 손에 닿는 순간, 현우는 그녀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꼈다. 얼마전까지 그렇게 자신을 유혹하던 여자가 지금은 마치 작은 토끼가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겁을 먹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유정의 풀어진 셔츠 사이로 하얀 목덜미에 새겨진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단추." 유정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는 바로 단추를 채웠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마 어릴 적 경험 때문인지, 그녀는 셔츠 단추를 모두 채우는 것을 싫어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출 전에 일부러 목덜미에 파운데이션을 꼼꼼히 발랐지만, 완벽하게 가려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대표님,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응." 요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현우는 지난밤을 떠올렸다.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스스로 방탕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몇 년 동안 이 자리에서 일하며 수많은 여자들을 접해왔다. 하지만 그런 진한 화장 냄새 풍기는 여자들은 그저 구역질 나게 느껴졌다. 그 무렵, 마침 기존 그의 비서였던 오 비서가 결혼 휴가를 떠났고, 최유정은 무슨 생각인지 감히 개인 비서 자리에 자원했다. 현우는 그녀 역시 자신의 침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그런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궁금했다. 단지 얼굴이 반반한 것 외에,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용기를 주었을까? 그는 그녀가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여자는 의도적으로든 아니든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의 허벅지에 손을 얹는 대담한 짓까지 했다. 다른 여자였다면 그가 진작에 옆으로 밀어내고 손까지 부러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자는, 왜인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지난밤, 현우는 한 술자리에 참석하였고, 그를 그녀가 호텔 스위트룸까지 바져다 주었다. 그가 갑자기 유정을 번쩍 안아 올리더니, 침대 위로 눕히고는 몸을 돌려 그녀를 덮쳤다. 현우는 당연히 그녀가 순순히 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여자는 뜻밖에도 서럽게 울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 침대에 오르고 싶어했잖아? 응? 무서워?" "유 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늦었어." 현우는 유정을 몇 번이나 안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한 번 할 때마다 더욱더 그녀에게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이 여자에게는 그를 미치도록 중독시키는 마력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설마 그녀가 처음이었을 줄이야.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일까. … 유정은 자신의 앞 책상에 앉아 아랫배가 심하게 쑤시는 것을 느꼈다. 생리 기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설마 생리통은 아니겠지? 설마... 어젯밤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가? 그녀는 그저 자신이 계속 울면서 용서해달라 애원했고, 마지막에는 너무 아파서 정신을 잃었다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유현우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 "유정아, 배 아파?" 유정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수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수민은 유 대표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비서로, 유정보다 한 살 많았고, 유진 그룹에서 3, 4년 정도 일했다. 과거 다른 사람들이 유정이 도대체 무슨 수로 승진해서 평범한 행정부 직원에서 유 대표의 개인 비서가 되었는지 수군거릴 때, 수민은 오히려 그녀를 감싸며 이렇게 말했다. "유 대표님께 인정받았으니, 유정 씨는 분명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 거예요. 상관없는 사람들은 다 입 다무시죠." 유정은 배를 감싸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따뜻한 물 좀 마시면 나을 거예요." 그때, 문밖에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프런트 데스크의 어린 여직원이 한 여자 뒤를 따라 허겁지겁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안 비서님, 최 비서님. 신 아가씨께서 예약을 안 하셨는데, 유 대표을 뵈러 오셨다고..." 신지윤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유현우를 만나겠다는 데 예약이 필요해?" 유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 아가씨, 죄송하지만 유 대표님께서 현재 회의 중이십니다. 용무 알려주시면, 회의 끝난 후 제가 대신 여쭤봐 드리겠습니다." "최유정, 너한테 언제부터 나를 막을 권한이 있었어?" 지윤은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진한 화장으로 가려진 예쁜 얼굴에 분노가 서서히 차올랐다. 바로 이 얼굴, 유정이 한때 가장 사랑했던 남자와 침대에서 뒹굴던 그 얼굴, 불에 타 으스러져 형태조차 남아있지 않아도 알아볼 얼굴이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유정이 귀족 학교에서 돈 많고 예쁜 여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 그녀들은 유정의 가방을 버리고, 공책을 훔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뚱뚱하고 촌스럽다고 놀려댔다.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바로 신지윤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유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 세상에 혼자 남았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신 아가씨. 아가씨께서 유 대표님을 뵐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함부로 아가씨를 들여보냈다가 유 대표님께서 화라도 내시면, 아시다시피 그분 성격에 저희 둘 다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지윤은 눈을 부릅뜨며 분노했다. "네 말은 즉, 유현우가 나를 만나지 않겠다는 거고, 나보고 꺼지라는 거야?"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라 제멋대로인 지윤에게는 도저히 듣고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소동우의 뺨을 때렸다. 순간 "짝!" 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야, 최유정! 네가 뭔데! 너 고등학교 때 쓰레기였잖아! 이제 유 대표 비서라고 잘난 척하는 거야?" 수민은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신 아가씨, 여기는 유진 그룹입니다. 자중해 주세요." 유정은 맞아서 붉게 달아오른 왼쪽 뺨을 감싸며 말했다. "신 아가씨, 저는 지금 유 대표님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쓰레기라면, 그 말은 즉, 유 대표님께서 쓰레기를 주워다 쓰신다는 뜻인가요?" 지윤은 순간 할 말을 잃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 " 그녀가 다시 유정을 때리려는 순간, 누군가의 강력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현우는 언제 나왔는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어느 손으로 때렸지? 이 손?" 그는 지윤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점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그녀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유 대표님! 저희 아버지 회사가 지금 유진 그룹과 협력하고 있는..." "내 말은 이 손으로 때렸냐고 묻잖아!" 현우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인간보다는 짐승 쪽에 더 가까웠다. 짐승 중에서도 족쇄를 벗어던진 야수. 유정은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았다. "대표님, 괜찮습니다. 신 아가씨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녀는 곧 지윤의 가느다란 손목이 부쩍 부러질까 봐 두려웠다. 이 남자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 그녀는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현우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지윤의 손목이 점점 자주빛으로 변해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유 대표님!" 유정은 그의 팔을 더욱 힘주어 붙잡았다. 마치 아무 말 없이 애원하는 것처럼. 그 순간, 현우의 머릿속에 지난밤, 그녀가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처롭게 애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손에 힘을 풀고는, 입을 열어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 "꺼져." 지윤은 손목을 감싸 쥐고 눈물을 글썽였다.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녀가 태어난 이후 이런 수모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치 발에 납덩이라도 매달린 듯,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비서 안 비서에게 지시했다. "보안팀 불러서 끌어내. 그리고 저쪽이랑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 취소해." "알겠습니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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