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개리스 왕자는 서둘러 왕궁을 걸어갔다. 왕실의 예를 갖춘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걸치고 공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방에서 모여든 인파를 헤치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맥길 왕과 독대를 나눴던 여파로 현기증이 났다. 어떻게 그가 후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단 말인가? 개리스 왕자에게 왕은 절대 왕위를 넘기지 않으려는 것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적자들 중 장자였다. 늘 장자가 왕위를 계승했다. 개리스 왕자는 지금껏 늘, 태어나면서부터 줄 곳 자신이 왕위를 계승할거라 확신해왔다. 달리 생각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불합리한 처사였다. 왕자를 제치고 그보다 어린 자식을 택하다니. 그것도 계집아이를. 최악이었다.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개리스 왕자는 왕국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게 불 보듯 뻔했다. 발걸음을 옮기던 개리스 왕자는 순간 세상의 모든 바람이 멈춘 것만 같아 숨을 쉬기 힘들었다. 왕자는 결혼식에 참석한 군중들 속에서 비틀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만 가지 색상의 예복을 입은 인파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고 모두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각계각층의 사람들이었다. 평민들과 이렇게까지 가까이 서 있다는 사실에 진절머리가 났다. 오늘은 예외적으로 미천한 출신들이 귀족들과 함께하도록 허락된 날이었고, 저 멀리 산악지대를 넘어온 동부 왕국의 미개인들이 왕궁에 입장할 수 있는 날이었다. 개리스 왕자는 여전히 자신의 누나가 이런 미개인들 중 하나랑 혼인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 행사는 아버지가 주선한 한낱 정치적인 행보에 불과했다. 두 왕국간의 평화를 조성하려는 한심한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