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종종 집 앞으로 떠가는 유람선과 그 안의 사람들을 지켜보며 시큰둥했다. 하나같이 네모반듯한 빌딩과 수면밖에, 뭐가 볼 게 있냐고. 갑판에 나와 있는 그들은 자랑하기 위해 과장된 즐거움과 표정을 연기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렇게 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원래 집 가까이 있으면 유명 밥집도 관심이 없어지지 않던가. 그러나 막상 유람선을 타보니 예상처럼 특별한 건 없지만, 배 위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분위기는 딴 세상 같았다. 시점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도. 자신이 사는 익숙한 동네를 떠나 강기슭 저 위까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도심을 멀리 떠나 있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켰다. 늘 보던 동네를 벗어나 다른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낯선 감정을 일으키던가. 끝에서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유람선 위, 아빠와 세리도 즐거워 보인다. 그들은 아이스크림을 베어먹으며 서로 장난까지 치고 있다. “오늘은 엄마, 아빠 모두 친구에게 뺏긴 기분이네. 하하. 난 외로워잉.” 배 난간에서 보예는 일부러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갑판 쪽을 등지고 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안, 자신의 어깨 너머, 갑판 간이 카페에 낯선 광경이 잡혔다. 보예는 셔터를 누르다 말고 셀카를 들고 멈춘 채, 자신도 모르게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테이블 밑에서 세리의 다리가 아빠의 다리에 깐닥깐닥 장난을 치고 있다. 우리는 유람선을 타기 전 백화점에 들러, 짧은 휴가지만 기분을 내기 위해 입을 옷들을 샀다. 세리는 짧은 흰색 반바지와 흰색 가로줄 무늬 감청색 선원 면티, 앞챙을 위로 접는 넓은 흰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