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섹스가 모두 끝났을 때, 은솔의 자신의 몸에서 정체된 나쁜 기운들마저 모두 빠져나가 버린 듯했다. 살갗은 투명하고 발그레했으며 건강미와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두 여자는 갯바위 위 덴마크 인어상처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은솔은 자신처럼 맨몸인 세리를 끌어안았다. 자신보다 두 배도 더 젊은 세리의 살은 닿기만 해도 쭈뼛쭈뼛해졌다. “쪽. 힘들었지.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은솔은 키스를 하며 속삭였다. * “어, 안 계시네요. 핸드백과 폰은 그냥 있는데. 어? 이건 세리 가방인데.” 보예와 아빠는 엄마의 진료실로 찾아왔다. “여기 계셔 보세요. 엄마를 찾아볼게요.” 보예는 아빠에게 말하고, 병원 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같은 층에는 안 계신 거 같다. 저기 복도 끝에서 사람 말소리가 들린다. 열린 비상계단 쪽이었다. 비상계단으로 막 접어들려는 순간 익숙한 세리의 하반신과 의사 가운 밑단이 보였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계단을 막 돌아 내려오고 있었다. “엄마.” 보예의 갑작스런 등장에 두 사람은 계단에서 멈칫했다. 두 사람은 어색한 듯 얼른 손을 놓는다. “어? 세리야. 여긴 왜 왔어? 내가 좀 어지러워서.” 엄마가 세리 손을 잡고 내려온 건, 어지러워서 그랬나 보다. ‘어지러우면 딸 친구 손이야 잡을 수도 있지, 뭐. 이유를 굳이 말하는 게 이상하시네.’ “괜찮아? 전화해도 안 받아서 아빠랑 데리러 왔지.” “뭐하러? 토요일인데도 진료가 좀 늦었어.” 또각또각. 타박타박. 두 사람이 내려온다. “들를 데가 있다더니, 병원 진료 때문에 오늘 약속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