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무슨 일이래. 엄마가 거실 화장실을 썼네?” 엄마 휴대폰이 화장실 개수대 옆에 올려져 있었다. 웅웅웅. 웅웅. 보예가 씻고 있는데, 엄마의 휴대폰이 울렸다. 좀 길게 울리다 그쳤는데, 샤워를 하는 동안 또 울렸다. “응급실인가, 급한 전화인가 보네? 주무실 텐데.” 세 번째 울릴 때 보예는 샤워를 중단하고 나왔다. “오늘 거래처 약속 때문에 늦게 들어와서 피곤하실 텐데.” 깨울지 말지, 망설이다, 급한 전화인지만 보기 위해 살짝 뚜껑을 열어봤다. “어? 세리네. 이 시간에 웬일이지? 엄마에게 진찰받았다더니 몸이 급하게 아픈가?” 막 받으려는데 전화벨이 멈춰버렸다. 세리가 걱정되었다. 샤워를 끝내고 보예는 자신의 전화로 문자를 넣어보려는데, 엄마 폰으로 문자가 두 번 연달아 왔다. 긴 문자 메시지가 뜰 때마다 미리 보기로 앞줄 내용을 잠깐잠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이 급하게 아파 전화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토요일 병원에서 다시 뵙겠다는 내용 같았다. 토요일은 엄마네 병원 진료가 오후 한 시 반까지인데? “어? 토요일은 세리와 내가 약속이 있는데. 다음 주 토요일 말하는 건가?” 그리고,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푹 자고 좋은 꿈 꿔요. 이런 내용 밤 인사 문자였다. 그리고 문장 마지막에 세리가 내게 늘 붙여 주던 귀여운 별 이모티콘. 오늘 진료 고맙다는 인사인가 봐. 그래도 엄마가 폰을 급히 사용할 일이 생길지 모르겠네. 보예는 두 부부의 방 앞, 콘솔 위에 전화기를 놔두기 위해, 샤워 중 그대로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거실을 사뿐사뿐 가로질렀다. 물기가